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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홍콩=범죄 천국' 막아야"…보류된 송환법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홍콩인들이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누구든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인들이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누구든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연내 추진 보류를 발표한 ‘범죄인 인도법(이하 송환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거리로 뛰쳐나온 홍콩 시민들이 법안 완전 폐기를 요구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6일 송환법 필요성 재차 시사 #"홍콩 일 중국 내정" 美 향해 경고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 예정 #현지서는 법안 '자연사' 전망 나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6일 “송환법 개정은 국민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많은 시민이 법의 허점을 막아 홍콩이 범죄의 천국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홍콩인이 홍콩으로 도망친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이 사건은 이번 송환법 개정 추진의 불씨가 됐다.

 인민일보는 이어 “홍콩 특별행정구의 이번 법 개정은 현실적인 필요이자 법의 허점을 메우는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홍콩이 중국의 내정 범위에 속해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표현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홍콩은 각종 권리와 자유를 법에 따라 보장받고 있다”면서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으로 그 어떤 나라도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송환법 추진과 관련해 미국의 부당한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일보는 “우리는 관련자들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일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까지 던졌다.

케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100만 홍콩인 시위에 굴복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리 람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100만 홍콩인 시위에 굴복한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들끓는 홍콩 여론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케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조만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람 장관은 당초 주최 측 목표(50만명)의 두 배가 넘는 군중이 밀집하자 15일 “올해 안에 통과시킬만큼 법안이 시급하지는 않다”며 한 발 후퇴를 선언했다. 송환법 촉발 사건 상대국인 대만 정부마저도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을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에도 법안이 쉽게 통과될 상황은 아니다. CNN은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가 예정돼 있어 최소한도 내년에는 법안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홍콩 입법회 의장 앤드루 웡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정부가 입법회 의원 임기인 내년 7월까지 법안 2차 심의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법안은 ‘자연사’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에서는 앞서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두고 이번 송환법 추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을 받은 퉁치화(董建華) 당시 홍콩 행정장관이 국보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의 홍콩 시민이 반대 시위를 벌여 심의가 연기됐고 이후 법안은 자연사 수순을 밟았다.

 현재 시위대는 “법안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항의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람 장관은 법안 추진 보류를 발표하면서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무기한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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