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와대 국민청원 시끌… 나경원 "야당 조롱, 국회 농락" 靑 "무엇이 특정정당 압박인가"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여태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부추기만 한다"는 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둘러싼 논란이었다면, 이제는 "청와대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편향적으로 답한다"는 청와대 답변 방식을 두고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SNS를 통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를 각각 요청한 국민청원에 대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답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SNS를 통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를 각각 요청한 국민청원에 대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답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요구에 대해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이 이번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 해산 청구 국민청원에 대해 “국민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즉각 “청와대가 여론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전희경 한국당 대변인), “국민청원 답변을 교묘하게 이용해 청와대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고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이 정치 전면에 서서 연일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는데 어떻게 국회를 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취지 아래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가 여과없이 분출될 수 있다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3권분립에 위배되는 내용이 공개돼 논란도 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수역 폭행사건’이 여혐 논란으로 커진 데엔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국민청원이 결정적 계기였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일방적 폭행이 아닌 쌍방 폭행이었다.

2018년 11월 1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 [청원게시판 캡처]

2018년 11월 1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사건 청원. [청원게시판 캡처]

같은 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현직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자, 청와대는 “법관 인사에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도“사법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해 사법부 독립 침해 시비를 일으켰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개별 사건마다 국민 청원이 있다고 이를 법원에 전달하면 법원은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개 성명을 냈다.

올해 3월엔 고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인 윤지오씨의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미작동 주장 관련 청원에 대해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직접 나와 5차례나 사과한 뒤, “경찰관의 업무 소홀에 대해 엄중히 조사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스마트워치 미작동은 윤 씨의 조작 미숙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번엔 국민청원의 내용이 아니라 "청와대가 중립적인 것은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고,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답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중 답변 요건을 채워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중 답변 요건을 채워 답변 대기 중인 청원들. [청원게시판 캡처]

실제 지난 4월 11일 올라온 ‘버닝썬 VIP룸 6인을 수사해주세요’라는 청원은 5월 10일에 동의 20만명을 넘겼지만, 청와대는 한 달이 지난 10일에서야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청원 답변을 한 달간 연기하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공지를 냈다.

편향성 시비를 두고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을 압박하거나 조롱할 의도로 답변했다면 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에 대해서만 답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당 해산 청원에 대해서도 답변을 같이 드렸다. 이게 어떻게 특정정당 압박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해외에선=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벤치마킹한 미국 백악관의 ‘위더피플’은 3권분립에 위배되는 청원 등은 아예 게시되지 못한다. .

미국 백악관에서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의 청원 1단계 화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청원을 받고 그 외 이슈는 '국회에 호소' 항목으로 분류한다. [사진 위더피플]

미국 백악관에서 운영하는 청원 게시판인 위더피플(WE THE PEOPLE)의 청원 1단계 화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청원을 받고 그 외 이슈는 '국회에 호소' 항목으로 분류한다. [사진 위더피플]

청원 첫 단계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행정부의 입장 발표 촉구 ▲행정 제도 변경 제안 ▲새로운 행정 제도 제안 등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것만 청원을 받는다는 점을 명시해서다. 정치적 논란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의미다.

영국에선 청원제도에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이다. 청원 지지가 1만명이 넘으면 정부가 서면 답변을 하고, 10만명을 넘으면 국회 토론 안건으로 상정된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을 여야가 함께 토론을 통해 답을 내놓자는 취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