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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정부의 ‘입맛대로’ 일자리 통계 자화자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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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자리 상황은 나아졌을까. 통계청은 12일 ‘5월 고용동향’ 결과를 발표하며 “나아졌다”고 답했다. “취업자가 25만9000명 늘고 고용률도 0.2%포인트 올랐다.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일자리 상황을 낙관한 청와대ㆍ기획재정부와 달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지켜온 통계청마저 공식 개선 판단을 내렸다.

두 가지 판단 근거를 뜯어봤다. 먼저 취업자 수 증가 폭(25만9000명). 정부는 올 2월(26만3000명)ㆍ3월(25만 명)에 이어 20만명대를 넘어선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고용률(61.5%). 5월 기준 1997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고용의 ‘양’이 나아졌다고 해서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을까.

통계 이면을 뜯어보면 고용의 ‘질’ 악화가 두드러진다. 먼저 양질의 일자리(제조업)가 크게 줄고 정부 재정을 투입한 공공 일자리가 늘면서 취업자 증가를 견인했다. 또 ‘초단기 알바’(주당 17시간 미만 근로) 일자리가 크게 늘고,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줄었다. 마지막으로 60대 이상 일자리가 크게 는 반면 경제 ‘허리’인 30~40대 일자리가 줄었다. 요약하면 ‘공공 위주로, 짧은 시간 일하는, 노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의 ‘입맛대로’ 해석은 처음이 아니다. 고용 통계는 ‘일자리 성적표’로 불린다. 고용률ㆍ실업률은 물론 취업자 수 증가, 실업자 수 등을 포함한 수많은 고용 지표가 담겨있다. 그런데 정부는 고용률이 높을 때는 “고용률 상승이 의미 있다”, 실업률이 최악일 땐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철이다”, 실업자가 최대일 땐 “(실업자가 많은 게) 항상 부정적인 건 아니다. 실업자는 경기가 풀려 구직활동이 늘어날 때도 증가한다”고 설명해왔다.

이날도 실업자 수가 최대(114만5000명)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기재부는 “인구 증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의 구직 활동 참여가 늘었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인구가 늘고, 고령층 구직이 증가하는 건 유독 5월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꾸준한 ‘상수(常數)’라 해명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업자 증가는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취업자의 실직 증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청와대는 SNS에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있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 상황이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좋다”고 자평했다. 고용 통계를 두고 이처럼 자화자찬하기엔 곳곳에 부정적인 지표가 많고,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도 촉박하다. 정부의 통계 해석을 두고 “잘했다”는 호응보다 “현실을 모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백번 양보해 ‘경제는 심리’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찾아 소개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동안 ‘고용 참사’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반성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다시 묻는다. 우리 일자리 상황은 정말 나아졌을까.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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