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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장관 평축 참가설|정국에 미묘한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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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철언정무장관이 청와대 정책보좌관으로 있던 지난 7월초 정부고위관리 2명과 평양을 방문하고 평축도 참관했다는 소문이 두 무소속 국회의원의 대정부서면 질의형식으로 공개되어 파문을 크게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무소속의 박찬종·이철의원이 박장관 평축참관 소문을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그 진상과 파북결정 절차를 묻는 질의서를 국회사무처에 전격 접수시킨데서 비롯됐다.
박 의원 등은 이 질의서에서 『박 보좌관 등의 평양방문기간은 서 의원 사건수사가 진행중이고 대학생들의 평축 참가 요구와 정부의 반대조치로 혼란이 있었던데다 국회회담과 당국자회담 등이 서울 측의 요구로 중단된 상태였다』고 지적하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이 의원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데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과 억측이 구구하다.
박 장관이나 정부·여당 측은 즉각 『사실무근』『재야의 장난질』이라고 반박하고 일부에선 『혹시』하며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있는데 31일 오후 청와대 회의도중 소식을 접한 당사자인 박철언 정무1장관은 청와대 측과 긴급협의, 1차적으로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실을 부인.
○…평양 방문설의 진위여부를 묻는 박·이 두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당사자인 박철언 정무1장관은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어이없다는 표정.
박 장관은 『지난번 미국에 다녀왔는데도 북한을 방문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유언비어가 나돌 만큼 나에 관한 한 그런 유언비어나 풍설은 수없이 있었다』면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단호히 부인.
박 장관은 『내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박·이 두 의원의 목표나 의도에 말려드는 꼴이며 더욱이 우리사회의 내부교란을 꾀하려는 북한의 전략전술에 걸러드는 결과일 뿐』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자세.
○…이 질문서가 크게 물의를 빚자 박찬종의원은 자신이 진짜 문제삼고자 한 것은 대북비밀외교인데 언론이 흥미본위로 보도했다고 약간 후퇴하는 인상.
박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6공정부가 들어선 후 박철언씨가 여러번 대북 비밀접촉을 한 것은 공지의 사실인데도 단 한번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고 공개설명을 한 적도 없다는 것. 따라서 이번 질문서에 대한 박장관 측의 부인도 믿을 수 없다면서 이번 질문서를 박장관의 평축 참관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남북문제 전체맥락에서 봐야한다는 것.
박의원은 그 동안 7·7선언을 비롯한 노태우 정부의 남북정책이 원천적으로 실패했다며 그것은 국민적 합의 없이 비밀접촉을 통해 무리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것이 오늘날 공안정국이 생기게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의원은 답변시한인 오는 10일까지 아무답변이 없으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겠으며 그것도 실현 안될 경우에는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박의원은 최근 서경원 사건에 이어 임수경양의 밀입북사건이 터진 후 재야와 일부 정당에서 박철언 방북설을 조직적으로 퍼뜨린 흔적이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나 자료수집과정에 협조해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상 아직은 이들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함구하고 있어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이 의원이 평축 참관설 질문서를 낸 배경에 대해선 영등포재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범민주 고영구 후보선거 대책위 본부장인 박의원과 사무총장인 이의원이 앞으로 선거전에 이 소문을 계속 이용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자료로 삼지 않겠느냐는 것. 게다가 화제와 관심의 대상인 박장관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파급효과의 극대화를 노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구중심처에 있다가 속계로 내려온 박장관에게 일격을 가하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

<문일현·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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