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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계기로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앞장선 박민식 변호사, 윤지오 고발

중앙일보

입력

고(故) 장자연씨와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했던 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4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장자연씨와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했던 배우 윤지오씨가 지난 4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시절 범죄 피해자 기금 마련에 앞장선 박민식 변호사(54‧사법연수원 25기)가 고(故) 장자연씨와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했던 배우 윤지오(32·본명 윤애영)씨를 고발했다.

 12일 박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윤씨에게 호텔 숙소를 제공한 것은 범죄피해자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라며 “경남 진주에서 일어난 안인득 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얼마 되지 않은 기금을 받았을 텐데 윤씨에게 호텔비로 900만원이 쓰여 국민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경찰은 윤씨에게 40일간 호텔 등 숙박을 위해 900만원을 사용했다. 경찰은 윤씨의 신변 보호를 위해 서울 강남 등지에 호텔을 빌렸다. 호텔에는 여경들이 상시 대기하는 장소도 마련됐다. 호텔비는 1실 당 9만~13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호텔 신변보호는 지난 3월 그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경찰 측에서 신변보호를 위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비상호출을 했지만 신고 후 9시간39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이후 호텔을 임시 숙소로 제공하고 여경으로 구성된 신변보호팀을 꾸려 24시간 보호해왔다.

2015년 7월 박민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앙포토]

2015년 7월 박민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앙포토]

 검사 출신으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변호사는 의원 재직 당시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까지 대한변호사협회 범죄피해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기획재정부 반대가 심했지만 2008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기금법이 어렵게 통과됐다”며 “윤씨에게 기금을 지원한 것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의 근본취지를 무시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가명)이가 받은 치료비는 600만원에 그친다.

 박 변호사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도 기금의 관리·운용에 대한 책임자로서 윤씨로부터 지원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16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박 변호사는 “박 장관과 민 청장은 기금이 정당한 곳에 사용되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음에도 윤씨의 호텔비가 낭비되도록 방치해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5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강연재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5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강연재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가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경찰은 윤씨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를 거론해 명예를 훼손했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7일 강연재 변호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윤씨가 홍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의 구체적 근거를 물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윤씨는 공개적으로 홍 전 대표가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됐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홍 전 대표 실명이 거론됐다. 강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진상조사단 내부 관계자나 기자를 통해 홍준표 전 대표를 포함해 윤씨가 언급한 장자연 리스트가 시민단체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3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건에 있었던 국회의원의 이름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좀 특이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일반적인 이름은 아니었다”고 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장자연 리스트 사건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문건을 본 사람들은 이름만 적힌 리스트는 없다고 진술했다”며 “리스트의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 변호사 측은 진상조사단 조사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고,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윤씨를 소환해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윤씨는 지난 4월 캐나다로 출국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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