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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북설이 나오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철언 정무장관의 7월초 방북설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또 하나의 충격이 아닐 수 없고 빠른 시간 내 진위가 규명돼야 할 일이다. 사실이라면 정부와 당사자가 이렇게 된 이상 솔직히 진상을 털어놓고, 국민에게 내용을 설명해야 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이런 충격적인 발설을 국회질문서 형태를 빌어 공개적으로 한 박찬종·이철 의원의 경솔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어느 경우든 이 문제는 시간을 끌어 구구한 억측을 낳게 만들거나 의혹의 수렁을 더 깊게 하는 일은 백해무익할 것이므로 정부는 시급히 사실대로 밝혀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막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이 소식에 접하고는 어리둥절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혼란에 빠지는 기분이다.
당시 대통령보좌관이던 박 장관이 방북했다는 7월초라면 바로 서경원 사건·임수경 사건으로 나라 안이 온통 물끓듯하고 북한과의 대화는 도저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그런 시기에 박 장관이 과연 평양에 갔겠는가. 그럼에도 박·이 의원은 그의 방북을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확정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그렇다면 두 의원이 생판 없는 일을 있다고 주장한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도 모르겠고, 저렇게 생각해도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진위가 가려지기까지 두 의원의 이런 발설은 그 동안 있을 수 없는 일로 하도 자주 충격을 받은 국민의 마음속에 또 다른 의혹의 씨앗을 뿌린 것이 되며 정부에 대한 신뢰에도 적잖게 손상을 입히는 결과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두 의원은 정부의 서면 답변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자기들이 갖고 있다는 「증거」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
정부와 박 장관 자신은 이미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만큼 두 의원 측이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일 확실한 증거 없이 「설」을 갖고 두 의원이 그런 질문서를 냈다면 이는 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아닌 통일문제에 대해 어떤 「설」이 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의원이 그것을 불쑥불쑥 터뜨려 사회에 충격을 준다면 그것은 경거망동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설」이 있다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공개점인 발설에 앞서 사전에 정부측에 확인해보는 신중함이 의원에게는 있어야 했고, 발설과 추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그 방법과 시기 역시 신중히 고려했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두 의원이 이렇다할 근거 없이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또는 공안정국에 대한 역습용으로 이런 발설을 했다면 이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북한과의 접촉이 얼마나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인데, 이를 정치적 의도에서 건드려 보거나 공세용 자료로 이용해보려는 발상이 있다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정부측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가장 단호하고 명쾌하게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그 시기가 북한에 갈 분위기도 아니었거니와 북한에 가서 우리측이 얻을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믿는다.
오히려 서경원·임수경의 밀입북을 국민적 관심 속에 사법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측이 비밀교섭을 했다면 북한측에 약점을 잡힐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필요성에서 방북한 것이 사실인데도 국내 정치적 필요에서 부인한다면 그것은 북한측에 더 크게 약점을 잡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일이 결코 없기를 바란다. 문제는 결국 진상을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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