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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한국 국정원과도 접촉…베이징에 제2의 가족있어"

중앙일보

입력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AP]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AP]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뿐 아니라 한국 국가정보원과도 접촉해왔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 이틀연속 김정남 정보기관 접촉설 보도 #"2011년 김정은이 이미 김정남 살해 시도"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CIA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정보기관들과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자신이 정보원인 것을 숨기기 위한 노력도 했다. 예를 들면, 김정남은 여러 정보를 건네면서 이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 말해 또 다른 정보원을 찾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또 이 매체는 김정남의 생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중요한 혜택'인 돈을 제공받았다"며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에 제 2의 가족과 연인이 있었고, 여행과 도박, 고급 와인 등을 즐겼다"고 전했다.

다만 WSJ는 "일부 사람들은 김정남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고모부 장성택이 지난 2013년 처형되면서 북한 고위층과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WSJ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1년 김정남을 살해하려 했었다고도 전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1년 말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려 했었다”며 “암살시도 뒤 김정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중국 당국 역시 자국 본토 내에서 김정남을 공격하지 말라고 북측에 경고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정남은 북한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인물(outcast)이었고, 살해 위협을 받은 뒤 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었다”며 “김정남이 돈을 벌려고 한 건 그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천 전 수석은 2006~2008년 당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도 WSJ과 인터뷰에서 "장성택은 생전 김정남이 석탄이나 컴퓨터 등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하는 데 도움을 줬었다"면서도 "김정남의 사업은 북한의 돈벌이와는 관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권 전 안기부장은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자금지원을 받았지만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역시 끊어졌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CIA 등 각국 정보기관과 접촉해왔다는 주장은 워싱턴포스트(WP)의 중국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의 저서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와 WSJ의 10일 보도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를 봤고, 내가 집권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며 "그 당시 김정남이 CIA와 접촉하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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