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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밖에 길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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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길은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될 뿐-.

산악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는 순간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된다. 짙푸른 녹음이 되고 계곡의 물보라가 되고 한줄기 바람이 된다.

천지간 순도 100%의 산소가 가득하다. 나른나른 오수에 졸던 세포가 기지개를 켠다. 온몸이 짜릿하다. 이 순간 만큼은 나도 '산소 같은 여자'다. 이곳에 여름은 이미 간데 없다.

염제(炎帝)의 계절의 중턱, 프리미엄 이형남 기자가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산악 오토바이, ATV(all-terrain vehicle)에 몸을 실어보았다.

"산악 오토바이 체험기 써와."

데스크의 한마디에 '헉'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자전거조차 변변히 못타는 판에 오토바이라니, 그것도 산악 오토바이라니…. "사람을 잡아라, 잡아" 외쳐보지만 소리없는 아우성일 뿐 지엄한 명을 어이 거역하랴. 복날 견공 표정이 되어 취재길에 나섰다. 오만가지 불길한 상상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양평의 한 체험장. 구릿빛 사나이들 일색이어야 제격일 듯한데 뜻밖에 '여탕(여자들로 북적거림)'이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이 신이 나서 달리고 있다. 오토바이도 4륜으로 앙징맞다. "휴, 살았다." 마음속엔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진다.

헬멧.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운전을 위한 기초교육을 받는다. ATV 작동법은 상당히 쉽다. 브레이크는 자전거처럼 손잡이 아래 달려 있다. 오른쪽 브레이크 밑에 달린 액셀러레이터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조정하면 된다.

체험장은 초급.중급.상급의 3가지 코스로 나뉜다. 초급은 100% 인공 코스, 중급은 인공 코스와 산속 코스의 혼합, 고급은 자연 그대로의 산속 코스다.

초급 코스에 앞서 '연습장'을 돈다. 이곳에서 '미소 지으며 여유롭게 운행'을 해야만 초급 코스로 들어간다. 이까짓 것쯤이야 '불가사리 별모양 만들기' 아니던가.

드디어 초급코스 입문. 빙글빙글 돌기만 하던 연습장과는 달리 20~30도 정도의 경사와 살짝 꼬부랑길이다. 처음엔 자꾸 브레이크를 잡게돼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다시 두번째 도전. 조금 속도도 붙고 코너링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속도가 제법 붙은 세번째 주행에서는 바람결을 음미하며 달렸다.

"이제는 중급 코스로 가셔도 되겠어요." 관계자의 말이 떨어졌다. 토익 만점 받은 기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중급 코스로 돌진했다. 언뜻 눈으로 보기엗도 가파름이 초급과는 격이 다르다. 오르기 전 경고 팻말에 '중간에서 멈추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

뒤집힐 위험이 있으므로 쭈욱 엔진에 힘을 가해야 한다. 몸을 최대한 앞으로 숙인다. 굉음과 함께 언덕을 넘는 그 기분. 긴장과 비례해 유쾌 상쾌 통쾌하다. 다양한 언덕을 넘다 보니 산내음이 물씬하다. 평지에서는 속도감보다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나뭇잎새 햇살이 시리도록 휘황하다. 장자가 말했던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자연의 피리소리다.

약 2시간여의 주행을 마치니 왕년의 겁쟁이 '이형남 기자는 없다'. 관계자를 졸라 고급 코스를 따라가봤다.

자연이 빚은 길 아닌 길을 달린다. 계곡의 물살을 거침없이 가른다. 물보라가 찬란하다. ATV와 나, 자연과의 합일이다.

애초에 없는 길을 없다. 내가 밟지 않았을 뿐-.

※ATV는

국내에 도입된 지 10여년이지만, 활성화된 것은 5년 정도다. 특별한 면허 없어 운행이 가능하다. 관계자는 기계치 여자들까지 잠시 교육 받으면 탈수 있을 정도로 쉽다고 말한다. 최고 속도는 이론상 70km이지만, 안전 속도는 40km다.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체감속도는 훨씬 빠르다.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정도의 힘이 된다면 주행이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 중학생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어린 아이의 경우 아빠와 엄마와 함께 탈 수 있어 가족놀이로 적당하다.

촬영협조 = 용문산 산악오토바이 체험장 / www.산악오토바이.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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