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에게 얻어 맞고도 꿋꿋하게 버텨”…자연방사 따오기 적응 순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주변을 날고 있는 따오기.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주변을 날고 있는 따오기.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이하 센터) 앞 무논(16ha)에서 먹이를 찾고 있던 따오기 한 마리가 갑자기 날갯짓하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자신보다 몸집이 큰 백로가 불쑥 나타나자 놀라서 벌인 행동이었다. 인근 논두렁에 있던 또 다른 따오기는 애써 잡은 미꾸라지를 몇 번이나 놓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우포늪 따오기 첫 자연방사 #지난 9일까지 40마리 모두 방사장 떠나 #일부는 낙동강까지 갔다 되돌아오기도 #일부 탐방객 과도한 촬영 등으로 ‘눈살’

지난달 22일 따오기를 첫 자연 방사한 뒤 센터 직원들이 무논과 서식지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12대와 망원경 등으로 관찰한 결과다. 직원들은 “이런 따오기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어린애를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다.

우경호 우포 따오기사업소 서식 담당은 “현재 따오기들은 우포늪에 있는 백로와 왜가리 등과 먹이 경쟁을 하고 있는데, 덩치가 큰 백로 등에 얻어맞아 가면서도 자신의 먹이를 찾아 먹고 있다”며 “그래도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환경부·경남도·창녕군이 자연에 방사한 따오기 40마리가 우포늪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적응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에 따르면 방사장에서 처음 날려 보낸 따오기 10마리는 현재 센터 반경 1.5㎞에 머물며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또 지난 9일 기준 순차적으로 방사장을 떠난 나머지 30마리도 센터 반경 1.5~2㎞에 머물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방사장에 남아 있는 따오기는 한 마리도 없다.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방사장으로 돌아온 경우도 없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지난달 22일 방사장을 떠나 자연으로 떠나는 따오기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2일 방사장을 떠나 자연으로 떠나는 따오기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주변에서 쉬고 있는 따오기.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주변에서 쉬고 있는 따오기. [연합뉴스]

40마리의 따오기들은 우포늪 등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센터와 우포늪 사이의 둥지 터(숲·23ha) 등에서 주로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따오기 등에 설치된 위치추적기(가로 63㎜ 세로 35㎜ 높이 14㎜)로 이런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따오기 2~3마리가 센터에서 6㎞ 정도 떨어진 낙동강 인근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봉 사업소 관리 담당 계장은 “40마리 중에 따오기 몇 마리가 서식지 등을 탐색하러 낙동강 인근까지 날아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현재 우포늪에 있는 따오기도 보금자리를 완전히 확정한 단계는 아니고 자신의 먹이터나 서식지를 탐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센터 측은 따오기가 탐방객들의 과도한 관심과 촬영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지난 9일에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따오기를 촬영하겠다며 센터 인근 서식지에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가 센터 직원에게 적발됐다.

창녕군 우포늪 주변에서 쉬고 있는 방사 따오기. [연합뉴스]

창녕군 우포늪 주변에서 쉬고 있는 방사 따오기. [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평일 2~3건, 휴일에는 10~15건 정도가 발생한다. 하지만 센터 측은 단속 권한이 없어 실랑이만 벌이고 있다. 이 계장은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따오기 254마리를 방사했으나 절반인 129마리만 생존해 있다”며 “과도한 사진촬영과 이에 따른 서식지 훼손은 따오기 복원에 장애가 되는 만큼 자제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녕=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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