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처음으로 "내 친구 트럼프" 부르며 협상 제스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를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미·중 무역전쟁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이렇게 부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과 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포럼 총회에 참석해 "무역에서 균열이 있기는 하지만, 미·중은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며 "미·중 관계가 붕괴(disruption)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럴(미·중 관계 붕괴) 의향이 없고 우리의 파트너들도 마찬가지"라며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런 의향이 없다. 나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중국의 대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중 간에 매일 1만명 이상, 연간 400만명 정도가 오간다"고 대답하면서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또 "나는 파괴자가 아닌 건설자가 되고 싶다"면서 "우리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존중하고, 그것을 허물기보다는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장벽을 세우거나 도랑을 파고 싶지 않다"면서 "교제 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내가 해온 모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CMP는 이날 시 주석이 무역전쟁에 대해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무역전쟁의 해법을 찾고 세계무역을 증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시 주석을 '내 친구'라며 "우리의 관계는 훌륭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트럼파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을 제약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중국과의 대화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대중 관세를 대폭 인상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무역 협상이 결렬되는 등 양국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강(易鋼)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8~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만난다.

미·중 정상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별도로 만날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