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하느니 초야에 묻히겠다" 김대중총재|장외집회 문제삼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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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민당은 공안정치를 저지하기 위한 장외투쟁의 기폭제로 삼고 있는 8월5일의 여의도집회를 민정당 측이 문제삼고 있는데 발끈.
이상수 대변인은『여의도집회가 영등포 을구 선거에 영향을 준다면 옮기겠다』며 보라매공원으로 장소변경 방침을 설명한 뒤『그러나 공안당국의 우리 당 음해음모를 규탄하려는 자리를 선거법위반 등으로 문제삼는 것은 견강부회 식 발상』이라고 반박.
평민당 측은 김 총재의 구인시기를 집회 하루전인 8월4일께로 해서 김 총재를 묶어 놓고 장외열기를 차단하려고 할지 모른다고 짐작.
평민당은 구인정국에 못지 않게 민생문제도 충실히 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듯 29일 KAL기 추락사고대책위를 구성.

<옳은 길가면 패배 않을 것>
구인장발부소식을 듣고 수해지역 시찰도중인 28일 귀 경한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곧장 중앙당사로 돌아와 농성중인 당원들을 격려.
김 총재는『이번에 수재민을 만나 보니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재기의 의지로 가득하더라』면서『우리가 결의를 갖고 옳은 야당의 길을 가면 고통은 있어도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쟁을 다짐하자 참석자들은『김대중』을 연호.
김 총재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투로『민주와 정의를 향한 이 투쟁의 길을 가지 않고 독재에 무릎을 꿇느니 더러운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이 낫다』는 결의를 표명하며 안기부의 구인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김 총재는『일부 야당이나 신문에서 왜 소환에 응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내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덫을 놓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

<원대로 하는 것이 상식>
전경련세미나 참석 차 제주에 내려온 김종필 공화당총재는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서경원 의원사건은 정쟁거리가 못되며 따라서 이번 문제로 장외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평민당에 제동을 걸면서『법을 어겼다면 법대로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정부입장을 두 둔.
김 총재는『야3당만이라도 국회소집을 추진하도록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으나『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가 안되도록 해야 한다』고 해 민정당이 반대하면 강행할 생각은 없는 듯.

<위기극복이 정치의 묘>
민정당은 김대중 평민당총재에 대한 구인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우려, 은근히 자진 출두해 주길 기대.
박희태 대변인은 29일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구인문제에 관한 명확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제,『부딪칠 듯 하다가도 피해 가는 게 정치의 묘이므로 슬기를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
박대변인은『출석 요구서는 안기부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지만 구인은 사법부가 조사 받으라고 판단한 것』 이라고 주장하고『고대 앞 사건 등에서 구인장이 발부된 후 자진 출두한 전례도 있다』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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