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클라크 아담' 발 묶인 동안… "한 명도 안 놓치게" 고군분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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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레아니호 인양에 사용될 크레인 선박 '클라크 아담'호가 머르기트 다리 상류 5km 지점에 정박해있는 모습. 김정연 기자

허블레아니호 인양에 사용될 크레인 선박 '클라크 아담'호가 머르기트 다리 상류 5km 지점에 정박해있는 모습. 김정연 기자

6일(현지시간) 오전 9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다뉴브강은 다니는 배 한 척 없이 고요했다.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가라앉아 있는 머르기트 다리 주변에서 상류 쪽으로 5km 떨어진 지점엔 인양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정박해 있었다. 시동이 켜져 있고 엔진 소리가 약하게 들렸지만 선원 2명이 천천히 배 위를 돌아다니는 등 출항이 임박한 정황은 찾기 어려웠다.

클라크 아담은 200t 규모의 수상 크레인으로 현재 헝가리 내에서 허블레아니를 인양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부다페스트 시내로 진입하는 통로인 '부다캐슬터널'과 머르기트 다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세체니 다리 설계를 총괄한 스코틀랜드 공학자 아담 클라크(1811~1866)의 이름을 딴 것이다. 헝가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을 먼저 쓴다.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위해 5일 오전 강 상류에서 출발해 120km를 항해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리 아래 지나가지 못하는 크레인… 인양 일정도 늦췄다

다뉴브 강 한가운데서 허블레아니 호 인양 준비작업에 한창인 바지선. 김정연 기자

다뉴브 강 한가운데서 허블레아니 호 인양 준비작업에 한창인 바지선. 김정연 기자

허블레아니호는 머르기트 다리 하류 10m 지점에 침몰해있다. 클라크 아담이 허블레아니호의 인양 지점까지 가려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지나야 한다. 그러나 6일 현재 다뉴브 강의 수위는 4.5m, 사고 지역의 수위는 7.5m로, 클라크 아담이 다리 아래를 통과하지 못하는 높이다. 군 당국은 수위 4m를 다리 통과 가능 기준으로 보고 있다. 클라크 아담의 선장 게네이 줄라(62)는 5일 "수면 높이가 30cm만 더 낮아지면 다리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뉴브 강의 높은 수심이 결국 인양 계획을 늦췄다. 애초 6일 결속작업 완료 후 인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업은 주말로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현장지휘관 송순근 육군 대령은 6일 브리핑을 하고 “크레인 이동이 가능한 시점을 9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인양 준비 과정 선체 손상이 발견돼 유실 방지 작업을 주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발견되는 시신들은 옷이 선체에 끼었거나 바위틈에 있다가 빠른 유속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주말 인양 예정, 그 전엔 '유실방지' 육·해·공 총력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n.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기자 shin.jeongbo@joongang.co.kr

송 대령은 “선박의 모든 문과 창문에 그물과 발을 설치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인양 과정에서 배가 기울어지면서 갑판에 있던 시신이 유실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와이어 15개를 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양 과정에서 일어날 유실에 대비해 작은 선박들이 주변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인양 일정이 늦어지면서 신속대응팀은 수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헬기 수색과 수상 수색을 계속하면서 수색견도 투입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선체 인양이 미뤄지면 한 번이라도 더 잠수해 수색하겠다는 의사를 헝가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헝가리 측과 상의한 결과 추가 수중수색은 않고 인양 과정에서 발견되는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사고 발생 9일째인 6일까지 탑승 한국인 33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16명이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10명이다.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은 “사망자의 가족들은 5일 시신안치소를 방문해 신원을 확인했고, 일부 가족은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가족은 이르면 이번 주말 모든 절차를 마치고 귀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다페스트=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6일 오전, 사고지점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 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6일 오전, 사고지점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 놓인 추모의 꽃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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