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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구원투수 요청하는 북한…표류 동탄호 베트남에 하역 시도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친선방문 일정을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과주석과 환영연회를 가졌다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베트남 친선방문 일정을 시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과주석과 환영연회를 가졌다고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 기차 안에서 “이런 기차여행을 왜 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철길 4500㎞를 60여 시간 걸려 왔건만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한 심경이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쓴맛’을 봤지만 대신 베트남과의 우방 관계를 재확인했다.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지만 이후로 북·베트남 간 정치·사회·문화 교류는 부쩍 늘었다. 특히 북한은 강화된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베트남에 ‘구원투수’를 요청하는 모양새다.
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진 화물선 ‘동탄 (Dong Thanh)호’가 베트남에 석탄 하역을 추진하고 있다. VOA는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에서 지난 3일 동탄호가 말레이시아 동쪽 해상에서 베트남 방향으로 북상하는 것이 포착된 후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다”며 “운항 속도와 방향으로 볼 때 5일에는 베트남 인근 해역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탄호는 지난달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실려있던 수출용 북한산 석탄을 건네받은 선박이다. 동탄호는 지난 4월 13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 인근 해역에서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하역한 북한산 석탄 2만5500t(약 35억원어치)을 실었다. 이어 인도네시아를 출항해 19일 목적지인 말레이시아 케마만 항 인근 해역에 석탄을 하역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탄호에 실린 석탄이 북한산인 걸 알아챈 말레이시아 당국이 동탄호에 대한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동탄호는 북한산 석탄을 실은 채 50여 일 넘게 동남아 해상을 표류해왔다.

[그래픽] 북한 석탄 실은 '동탄호' 이동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동탄호가 입항을 거부당하면서 40일 넘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해역을 맴돌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0eun@yna.co.kr (끝)

[그래픽] 북한 석탄 실은 '동탄호' 이동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동탄호가 입항을 거부당하면서 40일 넘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해역을 맴돌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0eun@yna.co.kr (끝)

동탄호 측은 “인도네시아산 석탄인 줄 알았다”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동탄호는 베트남의 ‘동도 마린’이 소유한 선박으로, 또 다른 베트남 회사인 보스코 사가 동탄호를 빌려 운항하는 용선주다.
VOA는 “동탄호가 베트남 선사 소속이어서 자국에 석탄을 하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베트남 정부가 유엔 제재 품목인 북한산 석탄 하역을 허용할지는 현재로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북한 중앙재판소대표단이 지난달 10일 베트남을 방문해 당 티 응옥 틴 베트남 부주석을 면담했다는 지난달 노동신문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9일) 직후인 만큼 북한산 석탄 하역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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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회담 때도 베트남 측에 식량 30만t을 차관 형식으로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결렬됐지만 김 위원장은 이틀 간 하노이에 머물며 응웬 푸 쪽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양국 간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2/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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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하노이회담 이후 북·베트남 간 인적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수용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 평양을 방문한 베트남공산당 사회대표단 일행을 면담했고, 지난달엔 베트남여성동맹대표단을 만났다. 이밖에 베트남사회과학원대표단, 베트남국가예술단 등이 3월 이후 평양을 방문했다. 관영 매체 노동신문에도 양국 간 교류 보도가 부쩍 늘고 있다. 3월 14건, 4월 14건, 5월 13건 등으로 베트남 관련 보도가 이틀에 한 번꼴로 실렸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베트남, 쿠바, 러시아 등 사회주의 체제였던 우방국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은 하노이 회담 개최를 통해 마케팅 효과와 북한과의 관계 증진 등을 얻었지만 북한으로부터 민감한 사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을 경우 고심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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