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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찾은 문무일 "미국은 검사장 선출, 우리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중앙일보

입력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검사장 직선제 왜 안 하나."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오후 모교인 고려대를 찾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검찰 인사 제도와 관련한 초유의 발언을 쏟아냈다. 문 총장은 검사장을 국민이 선출하는 미국식 검찰제도 도입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사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현 제도를 두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문 총장은 “대학 4년 동안 장학금을 받는 게 아니라 학비 전부 내면서 학교에 다녀서인지 모교에 애착이 특별하다”는 농담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 주제는 '검찰과 민주주의'다. 이날 문 총장은 자치검찰제 도입과 관련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문 총장은 “미국의 경우 국가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역검찰은 주민이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자치검찰제를 도입하게 되면 검찰총장의 권한도 분산되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치검찰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이는 개인적 견해”라고 덧붙였다. 문 총장이 말한 미국의 검찰제도는 검사장을 주민이 뽑는 직선제가 핵심이다. 앞서 문 총장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식의 수사권 조정안 도입 전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문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경찰이 정보경찰을 그대로 두고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경찰 권한이 비대해진다고 보고 있다.

"현 법무부의 인사방식 옳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 강화 방법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권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문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 문제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검찰 시스템이 괜찮다”며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검찰청법 제34조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한다.

문 총장이 이날 강의에서 법무부 장관의 인사권을 언급했지만 법에 따른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검사 인사권을 모두 가지는 현 구조에 대한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문 총장의 뒤를 이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 8명에 대해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특수부에 대한 개혁 필요" 

문 총장은 강의 주제와 걸맞게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검찰 내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주장했던 부분이다. 그는 “수사에 착수한 사람은 종결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수사 착수와 종결 분리의 예외가 저 같은 특수부 검사”라며 “검찰 특수부 수사의 문제에 대해 우리도 알고 있다. 검찰의 어느 부분을 통제해야 하겠냐”고 했다.

이어 문 총장은 “그런데 경찰도 통제받지 않고 수사를 하라는 건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판한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문 총장은 7월 24일 임기가 끝난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 전임 총장에게서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한 가지만 이루라’는 문자를 받았던 때가 생각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는 제도를 검찰에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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