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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비중 7.6→35%…커지는 전기료 인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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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7.6%에서 2040년 30~35%로 4~5배 늘리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했다. 원전 비중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노후 원전의 수명은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식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 발전도 줄인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 #탈원전·석탄발전 감축에 방점 #LNG는 원전보다 발전비용 비싸 #한전 ‘적자 폭탄’ 불어날 가능성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4년 내놓았던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비교하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차 에기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5년 7.5%, 2035년 11%로 제시했다. 또 원전 비중을 26%에서 29%로 높이고 7GW의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이를 뒤집은 셈이다. 3차 에기본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 비중을 늘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전력 평균 전력구매단가 통계에 따르면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1㎾h당 62.18원, 석탄 83.19원, LNG 122.62원, 신재생에너지 179.42원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할당 의무제(RPS)를 확대하면 에너지 구매비용은 더 늘 수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석탄 발전이 줄면서 평균 단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한전의 전력 구매비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정부는 그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되레 3일에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까지 내놓았다. 일상화한 폭염과 본격화하는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하면 전기 수요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올리자니 ‘탈원전 탓’이라는 비판이 걱정이고 안 올리자니 한전 적자가 불어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전기 사용은 늘어날 텐데 탈원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마땅한 공급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많은) 3차 에기본과 전기요금 인하가 예상되는 누진제 개편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세금으로 한전 적자를 메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에 앞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10%포인트 더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에기본이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결정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 목표대로라면 태양광·풍력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날씨에 따라 전력량이 들쭉날쭉하다.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유럽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도 인접국과의 전력 연계가 잘 돼 있지만 한국은 독립된 전기 계통이다 보니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전력 수요가 있는 곳 주변에 재생에너지·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17년 12%에서 2040년 30%까지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남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비즈니스 및 에너지 관리서비스 육성 등 수요관리 시장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세종=손해용·서유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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