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다음 행보를 읽기 어려운 ‘지진예측’ 같은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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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이 북ㆍ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이 북ㆍ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올해 안에 북ㆍ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회담에서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미타니 히데시(三谷秀史ㆍ67) 전 일본 내각 조사실 정보관이 전망했다. 미타니 전 정보관은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통해 납치자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자는 뜻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된 상태로 안다”라고도 했다.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국정원장 격) 인터뷰 #“북·일 정상회담 올해 안에 열릴 것” #“트럼프, 정상회담 희망 일본측 의사 김정은에 전했다” #아베 ‘조건 없는 정상회담’ 사실은 ‘납치문제 논의 조건 회담’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 임현동 기자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 임현동 기자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달 27~29일 개최한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GISㆍGLOBAl INTELLIGENCE SUMMIT)’에 참석한 뒤 중앙일보와 만나서다. 내각 조사실 정보관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장 격으로, 그는 2006년부터 4년 동안 일본의 북한 정보를 총괄했다. 올해 GIS는 ‘정보, 북한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들의 정보맨들을 초청했으며, 미타니 전 정보관 역시 일본 정보수장을 지낸 경력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14년 동안 북한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평가했다. 다만 일본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고, 미국 역시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는 개인의 견해임을 강조했다.

 최근 일본에서 북ㆍ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6자회담 국가들 중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뿐이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 정상회담 상대는 일본이라는 의미다. 김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 기다린다고 했으니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 다만, 일ㆍ북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지 미ㆍ북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지는 다소 미묘한 문제다”

 실제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일본은 지난해부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구상해 왔다. 아베 총리가 (김 위원장을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의지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그 뜻을 전했다고 한다. 지난해 싱가포르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ㆍ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전용기)에서 전화를 걸어와 잘 전달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도 일부 소개됐다. 2차례 정상회담에서 모두 세 차례 그 뜻을 전했는데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논의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안다”

 아베 총리는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했는데, 납치자 문제라는 조건이 있는 것 아닌가.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납치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그 뜻이 전달됐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협상장에 나온다는 건 (아베 총리와) 마주 앉아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그런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단, 납치자 문제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 조사실 정보관. 임현동 기자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 조사실 정보관. 임현동 기자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대북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납치자 문제 관련 북한은 13명의 일본인 가운데 5명은 이미 돌려보냈고, 8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추가 납치자가 있으니 사실대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북한이 사망한 요코다 메구미(1977년 납북)의 것이라고 일본에 제공한 유골에 대해 일본이 가짜라고 주장하며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미타니 전 정보관은 “그래서 셰르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베 총리는 일본말로 ‘혼네’(진심)를 담은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과 만나기만 하면 오전부터 저녁까지 전력을 다해 회담에 임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ㆍ일 간에 납치문제 등 의제 조율이 되고 있다는 것인지.  

“현재 내각 정책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답할 수는 없다. 다만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이 만나기 전에는 양국 셰르파(실무협상)가 먼저 만나야 할 것이다. 협상하는 사람들의 입은 무겁다. 누가, 언제, 어디서 만나는지 알려지면 그 협상은 실패한 거다.”(그는 정상회담을 등반에 비유하며 실무협상 관계자들을 셰르파에 비유했다)

 재임 시 셰르파 역할을 했나.

“노코멘트 하겠다”

 오랜 기간 북한을 들여다본 정보 전문가입장에서 김 위원장을 평가한다면.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 3대 일가를 일본의 기상ㆍ재해 관측에 비유하겠다. 김일성은 어느 정도 예상대로 움직이는 스타일이어서 ‘일기예보’ 같은 인물이다. 김정일은 정확한 시기를 알 순 없지만, 언제가 터질 것이란 징후는 있기 때문에 ‘화산경보’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김정은은 다음 행보를 전혀 읽을 수 없어서 ‘지진예측’ 같은 사람이다. 다만 김정은은 김일성ㆍ김정일과 달리 스위스 유학경험을 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는 북한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통해 납치자와 비핵화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본의 단독제재 해제 등 북한에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한ㆍ일 관계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목을 뒤로 젖히거나, 미간을 찌푸리고 손사래를 쳤다.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 인터뷰가 29일 서울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 인터뷰가 29일 서울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한ㆍ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28일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역대 최고수준이다. 반면 한일 관계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한국이 제공했다. 강제징용관련 (한국의) 대법원 판결과 한국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사건 등을 한국이 일으키지 않았나. 물론 한ㆍ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실 있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서로 만나서 각자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만남이 될 수 있다.”
☞미타니 전 내각정보관은= 1974년 일본 경찰에 들어가 경찰청 경비국 외사정보부장을 지낸 뒤 2006년 내각 조사실 정보관에 올랐다. 4년 동안 5명의 총리 밑에서 북한 정보를 총괄했고, 일본 내 대표적인 대북 정보통으로 꼽힌다. 정보관에서 물러난 뒤 일본인 납북자 대책 문제 해결에 관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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