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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자손에 유전자 전하는 ‘염색체 복제’ 핵심 원리 밝혀

중앙일보

입력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달한다. 염색체가 자신을 복제하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한 행동이다. 염색체 안에는 생물의 특징을 결정짓는 ‘설계도’인 DNA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총 46개의 염색체가 있으며, 이를 복제하는 것은 생명체를 유지하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필수 과정이다.

실·바늘처럼 DNA에 붙는 PCNA #ATAD5-RLC 단백질이 떼어놓아 #PCNA 제거 안되면 암·돌연변이도 #유전 질환 근본 원인 규명 첫걸음 #

DNA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46개의 염색체에 모두 들어있다. [사진 PIXABAY]

DNA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46개의 염색체에 모두 들어있다. [사진 PIXABAY]

국내 연구진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염색체 복제의 핵심적인 원리를 밝혀냈다. 그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염색체 복제의 ‘마무리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울산과학기술원 공동연구진은 염색체 복제를 종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TAD5-RLC’ 단백질의 기능을 비롯해 염색체 복제가 종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연구 성과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염색체 복제에는 증식성 세포핵 항원(PCNA)가 깊게 관여한다. 바늘에 실을 꿰듯 PCNA가 DNA에 결합해 염색체 복제와 복구 과정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종료될 때 어떤 과정을 통해 PCNA가 DNA에서 떨어져나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TAD5-RLC 단백질이 중요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염색체 복제에는 증식성 세포핵 항원(PCNA)가 깊게 관여한다. 바늘에 실을 꿰듯 PCNA가 DNA에 결합해 염색체 복제와 복구 과정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종료될 때 어떤 과정을 통해 PCNA가 DNA에서 떨어져나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TAD5-RLC 단백질이 중요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기존 염색체 복제의 시작 과정은 기존에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단백질인 ‘증식성 세포핵 항원(PCNA)’이 마치 바늘구멍에 실을 꿰듯 염색체 속 DNA와 결합한다”며 “이를 통해 염색체를 복제하고 손상된 염색체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PCNA가 DNA와 분리되면서 염색체를 복제하는 과정이 끝난다.

그런데 PCNA가 임무를 마무리하고 DNA에서 떨어져 나가는 원리는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ATAD5-RLC 단백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각각의 분자를 형광물질로 표시해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단분자 형광 이미징 실험법’이 그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 연구단장이 현미경을 통해 형광물질로 표시한 분자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 연구단장이 현미경을 통해 형광물질로 표시한 분자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관찰 결과 해당 단백질은 DNA에 결합했던 PCNA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CNA의 고리를 열어 DNA에서 분리, 염색체 복제를 종료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염색체 손상 때문에 변형된 PCNA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DNA에서 분리된다”며 “염색체가 손상에서 복구되는 일련의 과정도 해당 단백질로 인해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ATAD5-RLC 단백질의 기능을 밝힌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 연구단장은 “염색체 복제가 정확히 종료되지 않으면,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암이 유발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유전 정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나아가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 단장은 또 “PCNA와 DNA의 결합·분리는 생명체의 필수 대사과정인 염색체 복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정보”라며 “생명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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