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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어린이집도 노이로제···3년간 장송곡 시위자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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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소음 측정 중인 경찰. 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집회에서 소음 측정 중인 경찰. 이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확성기를 설치하고 장송곡 등을 틀며 수년간 집회를 이어온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모(61)씨에 대해 법원이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씨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31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 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규탄 집회를 수차례 해왔다. 김씨는 삼성그룹이나 계열사 직원이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으로 칭하며 삼성그룹 근로자의 노동권 향상을 집회의 명목으로 내세웠다.

김씨의 집회에는 확성기가 동원됐고 장송곡을 틀었다. 삼성그룹 임원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하기도 했다. 김씨에게는 평균 70dB(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116회에 걸쳐 발생시켜 삼성전자와 인근 어린이집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70dB은 시내 번화가의 교통 소음 정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확성기 소음 기준은 낮동안은 주거지역에서 65dB이하, 그 밖의 지역에서는 75dB이하가 기준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집회를 개최한 목적이나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지만 김씨의 범행으로 삼성전자 주식회사 근로자들과 근처 어린이집 원아들, 주민들이 장기간 피해를 보았다”며 김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는 재판부에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은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집회나 시위는 어느 정도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도 이를 받아 들일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합리적인 범위에서는 확성기 같은 장치를 사용할 수 있고 이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집회의 장소, 내용과 소음 발생 수단, 그 결과에 비춰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킨 경우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한도를 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꼭 소음 측정 자료만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소음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불쾌감이 크다”고 진술하거나 인근 어린이집에서 “소음 때문에 아이들이 낮잠을 못 자고, 부모들이 입소를 취소하기도 한다”고 말한 점도 참작했다. 앞서 법원이 김씨에게 집회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김씨가 이를 무시한 점도 고려됐다. 2심은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김씨의 형을 확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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