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주일전 유람선 탄 관광객 "구명조끼 대신 와인 주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주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뉴브강 한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는 모습. 지난주 한 관광객이 여행을 가서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독자]

지난주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뉴브강 한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는 모습. 지난주 한 관광객이 여행을 가서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독자]

"유람선을 탔는데 구명조끼는 주지도 않더라고요. 대신 와인을 주더군요." 지난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가서 다뉴브강 유람선을 탔던 대구 달서구에 사는 최모(66·여)씨의 이야기다.

다뉴브강 유람선 탔던 관광객이야기 들어보니 #오후 7시쯤에 관광객 태워 다뉴브강으로 나가 #40분쯤 운항하다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와 #구명조끼 안보이고, 입으란 얘기도 없어 #

여행 일정표. [사진 독자]

여행 일정표. [사진 독자]

30일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바로 며칠 전 유람선을 탔던 곳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안타까워 죽겠다"고 했다. 최씨는 사고 관광객들이 이용한 같은 여행사를 통해 지난 18일 부터 26일까지 독일·헝가리·체코를 다녀왔다. 20여명으로 이뤄진 관광 패키지 상품이었다. 그가 보여준 여행사에서 받은 일정표엔 '야간 크루즈를 타고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감상하라'고 쓰여 있었다.

다뉴브강 유람선은 어떤가.
"관광 패키지로 온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다뉴브강 유람선을 타더라. 선착장에 비슷하게 생긴 유람선이 여러 척 정박해 있었다. 커다란 대형 크루즈 선도 보였다. 유람선은 보통 해가 지는 오후 7시가 지나면 관광객들을 하나 둘 태워 슬슬 강으로 나간다."
유람선을 타고 다뉴브강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40분쯤이다. 유람선은 다뉴브강을 떠다니다가 헝가리 국회의사당 앞으로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그때 앞 뒤로 같은 유람선이 여러척 다닌다. 커다란 크루즈선도 지나간다."
지난주 헝가리 댜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찍은 인근 유람선. 유람선 사이 간격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사진 독자]

지난주 헝가리 댜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찍은 인근 유람선. 유람선 사이 간격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사진 독자]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유람선들 사이 사이 간격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나.
"여러 척이 동시에 떠다니는데, 떠 있는 배들의 간격은 30m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주말이나 날씨가 좋아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유람선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그땐 더 촘촘해질 것 같다. 바다가 아니지만 물살이 다소 센 편이다."
유람선을 타면 구명조끼는 주나.
"이상하더라. 우리나라는 배를 타면 당연히 구명조끼를 먼저 주거나, 아니면 가까운 곳에 둔다. 그것도 아니면 안내문이라도 붙여두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유람선은 구명조끼를 안 주더라. 입으라고 이야기도 안 하더라. 어디에 있는지 안내문도 안보였다. 대신 유람선에 타면 와인 과 음료수를 쭉 놔두고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와인은 글라스에 아예 담아서 바로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유람선엔 구명 장비는 잘 갖춰져 있는지.
"배 몸체에 붙은 '튜브'도 사진을 보고 나중에 있다는 걸 알았다. 나름 자세하게 둘러보고 찾아봤지만, 구명보트도 보이지 않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안내를 가이드에게 받았나. 한국인 가이드가 있지 않았나.
"한국인 가이드가 있었다. 여행사에서 동행한 분이다. 그런데 그런 안내는 없었다. 전부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서 그런지 그런 것을 물어보는 관광객도 없었다. 보통 한 유람선엔 30여명이 한팀을 이뤄 타는데, 아무도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헝가리 유람선 선장도 안전과 관련한 안내는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주 유람선에서 촬영한 사진. 뒤에 다른 유람선들이 보인다. [사진 독자]

지난주 유람선에서 촬영한 사진. 뒤에 다른 유람선들이 보인다. [사진 독자]

유람선을 타면 관광객들은 어디에 주로 있는지. 
"헝가리는 요즘 오후 8시쯤 지나면 슬슬 어두워진다. 유람선엔 왈츠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상당수 관광객은 어두워져도 배 앞머리에 나가서 사진을 찍는다. 2층 꼭대기에 올라가 사진 찍는 사람도 많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충격으로 배가 흔들리면 강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 개인적으론 매우 불안했다. 물살이 센 편이어서 불안함을 느낀 것 같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침몰해 다수가 실종·사망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저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34명이 탄 ‘하블라니(‘인어’라는 뜻)’ 유람선이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현지 매체 데일리뉴스헝가리는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이었던 탑승자들이 모두 차가운 물 속으로 빠졌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