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쿄 방문한 韓중진의원 5명…그들 맞은건 日초선의원 1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일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도쿄에서 피부로 절감했다. 코리아 패싱이 심각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오른쪽)가 지난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오른쪽)가 지난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9일 일본 도쿄의 한 레스토랑에서 특파원들을 만난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외교통일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28일~29일 1박2일 일정으로 도쿄를 찾았다.

도쿄 방문한 의원들 "코리아 패싱 절감" #야당 중진급 의원들 방문에 日반응 냉랭 #중의원 외교위원장은 아예 연락 피하고 #참의원 비례 초선 위원장 혼자서 참석 #"중재위 안 받아들이면 정상회담 곤란" #"위안부 재단 일방 해산, 한국 못 믿어" #"일 국회도, 일한 외교 포럼 곧 발족"

악화된 한·일관계의 실상을 도쿄 현지에서 그대로 느끼고, 일본내 전문가들과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천정배(민주평화당ㆍ6선ㆍ전 법무부장관), 유기준(자유한국당ㆍ4선ㆍ전 해양수산부장관),정진석 (자유한국당 4선ㆍ전 원내대표),이정현(3선ㆍ무소속ㆍ전 새누리당 대표)의원 등 무게감 있는 야당 중진들이 윤 위원장(3선)과 동행했다.

중·참 양원의 카운터 파트들을 만나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려했지만 출장을 준비했던 단계에서부터 일본측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한다.

윤 위원장에 따르면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접촉했던 중의원 외교위원장(자민당 소속 와카미야 겐지)측은 아예 연락을 피해다녔고, 특별한 이유 없이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참의원의 와타나베 미키(渡辺美樹)외교ㆍ방위위원장과는 만났다. 하지만 당초 일본측에서 와타나베 위원장외에 의원 3~4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약속장소에 나타난 이는 와타나베 위원장 혼자였다.

결국 참의원 비례대표 초선인 와타나베 위원장이 당선횟수를 모두 합치면 20선에 달하는 한국의 중진 의원 5명을 혼자 상대한 모양새다.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공무로 일본을 7~8차례 방문했지만, 이런 푸대접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유기준 의원. [중앙포토]

유기준 의원. [중앙포토]

방문단과 만난 와타나베 위원장은 "징용재판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요청한 중재위 설치에 한국이 응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6월말 오사카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때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기 어렵다"는 일본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와타나베 위원장의 말처럼 29일 열린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도 "일본은 한국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중재위 위원을 임명하지 않으면 G20때 회담을 안한다고 확실히 말해라"(나카소네 히로후미 전 외상),"지금의 한·일관계에서 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윤 위원장 일행은 방일기간 중 일본 언론의 '지한파'전문가들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일본측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고 시간을 벌기위해서는 징용문제를 ICJ(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는 것이 좋다. ICJ를 두려워하지 마라","(위안부)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 한국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재단설립을 통한 징용 문제 해결에 반대한다","설사 일본기업이 배상할 생각이 있더라도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윤 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의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고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퍼스낼리티(개인적 성향과 신념등의) 요인이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4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4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동석한 정진석 의원은 "특히 일본과의 외교는 국민감정과 국가이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가 참 어렵다"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현안 타결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측도 일ㆍ한 외교 포럼 준비중”=이날 특파원간담회에서 정진석 의원은 여야 의원들과 일부 학자 등이 참여해 최근 발족한 ‘한ㆍ일 의회외교포럼’ (회장 서청원 의원)을 언급하며 “곧 일본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 국회내에서도 모리 요시로(森喜朗)전 총리를 중심으로 ‘일ㆍ한 외교포럼’발족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포럼이 발족하면 ‘한ㆍ일 의회 포럼’과의 교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