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률 더 높이지 마라" 日 중소기업 단체 집단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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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한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한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상공회의소(일본상의)를 비롯한 일본의 중소기업 관련 3개 단체가 일제히 일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상의는 28일 “3%를 상회하는 (최저임금 인상)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28일 요망서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상의 "중소기업 실정 감안해 결정하라" #'3%→5% 인상안'에 스가 관방장관 즉각 동의 #경제계, 다음달 인상률 확정 전 저지에 총력전 #日 정부는 '시급 1000엔' 조기 실현하고 싶어해

이번 반대 표명에는 전국상공회연합회와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가 동참했다. 이처럼 일본 내 중소기업 단체들이 함께 임금 인상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9일 전했다. 특히 일본상의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내고 반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률 목표를 3% 정도로 유지해왔다. 실제 2016년부터 3년 연속 인상률은 3%에 머물렀다.

경제계가 반발에 나선 배경은 정부의 기조 변화가 감지돼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민간위원인 니이나미 다케시(新浪剛史) 산토리 사장이 “5%로 (최저임금) 목표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즉각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의 회장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목표를 전제로 의논하는 것은 그만두길 바란다”고 항의했다. 이후 정부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요망서를 발표하고 자민당과 후생노동서에 제출했다. 일본상의는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영실태를 고려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상 다음 달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목표치를 책정한다. 이를 앞두고 정부와 경제계가 샅바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현재 일본의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따져 전국 가중평균이 874엔(약 9500원) 정도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미국과 비슷하고,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비해선 70% 수준이다.

일본 도쿄의 주택가인 도요스의 한 상점 건물에 걸린 구인정보 게시판. 대부분의 구인 안내문이 도쿄도의 최저임금인 985엔보다 200~300엔 높은 수준의 시급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주택가인 도요스의 한 상점 건물에 걸린 구인정보 게시판. 대부분의 구인 안내문이 도쿄도의 최저임금인 985엔보다 200~300엔 높은 수준의 시급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을 매년 3%씩 올려 2023년에 ‘시급 1000엔’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소비 진작 등을 내세우며 인상률을 상향 조정해 시급 1000엔을 조기에 실현하자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중소기업 소관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3%를 초과하는 인상률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광역단체(도·도·부·현) 별로 다르다. 정부 권고를 기준으로 물가 등 지역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 각 광역단체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시급이 가장 높은 도쿄도는 985엔(약 1만700원), 가장 낮은 가고시마현의 경우 761엔(약 8270원)으로 200엔 이상 차이가 난다. 닛케이는 “(최저임금 인상은) 지방에서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고용이나 사업의 존속 자체가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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