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웅열 넷째자식' 인보사 퇴출···코오롱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보사의 '배신'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코오롱이 내놓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허가 취소로 코오롱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코오롱그룹에 있어 인보사는 단순한 신약이 아니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이자 희망이었다. 지난해 말 사퇴한 이웅열(63) 회장이 ‘넷째 자식’이라고 부르며 인보사 시장화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 이유다. 28일 식품의약안전처의 허가취소 및 형사고발 사실이 알려지자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생과) 내부는 혼돈에 빠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찌할지 말하는 건 어렵다. (입장을 내기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존폐의 기로에

지난달 1일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판매중단 사실을 알리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판매중단 사실을 알리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하 티슈진)은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인보사는 티슈진의 사실상 유일한 상품이다. 티슈진의 연구개발(R&D) 방향 자체가 ‘인보사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수를 늘려가는 것’이었다. 티슈진은 사업 보고서를 통해 “인보사 개발 플랫폼은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확장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인보사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다양하게) 연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전 3조원 대를 넘나들던 시가총액은 5650억원(27일 종가 기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발표대로 2년 전에 이미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점을 그룹 수뇌부가 알고 있었다면 형사책임을 피하기도 어렵다. 식약처는 이날 ▶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의 검사(2017년 3월)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 임을 확인하였다고 공시(2019년 5월)하였고, ▶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러한 검사결과를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e-메일(2017년7월)로 받은 것으로 보아, 당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보사 투여환자 244명은 28일 중 코오롱생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기로 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두 달여 만에 69% 빠져  

인보사의 판매 및 유통을 담당한 코오롱생과 역시 이 사태의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 우선 코오롱생과의 이우석(62) 대표가 티슈진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코오롱생과의 전체 매출 중 인보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5%(72억8600만원ㆍ2018년 기준)에 그치지만, 인보사 등으로 인한 바이오사업 부문 전체의 영업손실은 222억7000억원으로 코오롱생과 전체 손실의 90.4%를 차지한다. 회사의 개발역량을 집중했던 탓이다. 나머지 매출은 의약사업과 기능성소재사업에서 나오지만 바이오만큼 성장성이 좋지는 않다. 코오롱생과는 올 1분기에도 317억9300만원 매출에 173억21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 순손실은 687억5800만원에 달한다. 코오롱생과에 대한 시장의 신뢰까지 흔들린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3월4일 9만400원에 달했던 코오롱생과의 주가는 27일(종가기준) 2만8250원까지 빠졌다.

인보사 생산인력 350여 명은 손 놓은지 오래 

인보사 관련 생산시설은 멈춰선지 오래다. 인보사 생산을 전담했던 코오롱생과 충주공장의 인력 350여 명은 현재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생과는 지난 2017년 인보사 생산을 위해 충주 바이오 신공장 건립에 785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 역시도 어찌될지 불투명해졌다. 공장 신설 투자금은 당시 코오롱생과 자기자본(2585억원)의 30.4%에 달했다.
코오롱그룹 측은 인보사 사태의 여파가 그룹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이 티슈진의 지분 27.26%, 코오롱생과의 지분 20.35%를 각각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이웅열 전 회장이 ㈜코오롱의 지분 45.83%를 갖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우려스럽게 본다. 자칫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러질 수 있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떤 경우라도 의약품 사용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초한 만큼 윤리와 과학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임했어야 하나 이번 인보사 사건은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통렬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 이번 사안이 산업계에 대한 신뢰문제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수기·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