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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몰랐다는데 日제약사는 왜···인보사 4대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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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보사 논란, '안전성'에서 '기업 신뢰 문제'로

코오롱이 내놓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를 둘러싼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제약사인 미쓰비시다나베 측이 “코오롱티슈진(인보사의 개발사, 이하 티슈진)은 2017년 3월에 이미 인보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에서 나왔단 걸 알았다”고 밝히면서다(중앙일보 5월6일자 15면). 이로 인해 인보사 관련 논란은 ‘약품의 안전성’에서 ‘기업의 신뢰성’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코오롱 측과 현재 라이선스 계약 취소를 놓고 소송 중이다.

‘뒤바뀐 성분’ 커지는 의문점 4 #보편화된 STR검사 코오롱 안 해봤나 #위탁업체 검사 결과 2017년 나와 #그룹 수뇌부 언제 알았는지 관건 #한·미 감독기관 제 역할 못한 셈 #식약처 “20일 미국 티슈진 실사”

① 일본 제약사, 어떻게 관련 사실 찾았나

첫번째 미스터리는 ‘코오롱생명과학도 몰랐다던 사실을 미쓰비시다나베가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년 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의 일본 내 독점 라이센스 계약(5000억원 규모)을 맺었다가 2017년 말 파기를 선언했다. 현재는 계약금(262억원)을 돌려달라며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지난달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면서 미쓰비시다나베 측이 그간 코오롱 측에서 받은 자료를 모두 뒤져 ‘티슈진은 2년 전부터 알았다’는 근거를 찾아낸 것으로 추측한다. 코오롱 측 관계자는 “특정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몇백 가지의 자료가 상대방에게 가고, 계약한 이상 모든 노하우를 넘겼을 것”이라며 “그중 한 곳에서 서류를 발견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0일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코오롱생명과학을 '라이센스 계약 취소' 건으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소한다고 알린 문건. 사진 왼쪽 일본어 원문, 오른쪽은 문건의 영문 번역본 [사진 미쓰비시다나베제약 홈페이지]

지난해 4월 10일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코오롱생명과학을 '라이센스 계약 취소' 건으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소한다고 알린 문건. 사진 왼쪽 일본어 원문, 오른쪽은 문건의 영문 번역본 [사진 미쓰비시다나베제약 홈페이지]

② 그룹 수뇌부, 알았나 몰랐나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은 역시 코오롱그룹 수뇌부가 2017년 당시 인보사가 ‘신장유래세포’에 기초한 것인지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2017년에 알았다면 감독 기관은 물론 환자와 투자자 모두를 속인 게 된다. 코오롱 측은 현재까지 “2019년 2월 말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보사의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Lonza)는 인보사 관련 STR(유전학적 계통 검사, 가족관계 확인 등에 쓰임) 검사 결과를 2017년 3월에 티슈진에 통보했음이 밝혀졌다. 코오롱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6일 “관련 보고서를 받았던 미국 현지 직원이 퇴사한 상태”라며 “해당 직원은 당시 생산에 이상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을 뿐, 세포주가 다르단 점은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선 코오롱생명과학이 몰랐는지, 아니면 알면서 감췄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바이오 업계에선 STR 결과의 의미를 몰랐다는 해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참고로 이우석(62)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티슈진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당시엔 그룹 수뇌부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인허가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시점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티슈진의 사업 구조도 인보사 성공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티슈진의 유일한 제품은 인보사뿐이다. 인보사가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도 인보사에 기대고 있다. 티슈진은 최근 사업 보고서를 통해 “인보사 개발 플랫폼은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확장이 가능한 기술”이라며 “인보사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다양하게)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티슈진의 최대 주주는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지분율 27.26%)이다. 이어 이웅열 전 회장(17.83%), 코오롱생명과학(12.57%), 코오롱글로텍(2.82%) 등 오너 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이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갖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불과 두 달 여 전인 3월 5일 주당 4만1900원이던 티슈진 주가는 현재 1만6500원(3일 종가 기준)으로 60% 넘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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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STR검사 안했나, 못했나

위탁생산업체인 ‘론자’도 해본 STR 검사를 코오롱은 왜 인보사에 해보지 않았는지도 꾸준히 제기되는 의문이다. 티슈진에 따르면 ‘(론자와 계약 때) 동물세포는 써선 안되며 사람세포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론자는 인보사가 동물세포에서 유래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STR검사를 했고, 그 결과가 2017년 3월에 나왔다는 것이다.

코오롱 측 주장대로라면 당시 티슈진은 이 결과 중 ‘동물세포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만 기뻐했고, ‘사람세포 중 신장유래세포가 나왔다’는 점엔 주목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로 STR검사는 1980~90년 대 개발됐다. 2000년대 초반까진 주로 범죄 수사 등에만 쓰였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 사용된 건 2010년 이후의 일이다.

④ 한·미 감독기관 뭘했나

마지막으로 인보사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ㆍ미 양국의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뭘 했는가다. 현재로선 론자와 미쓰비시다나베를 제외한 코오롱과 식약처, FDA는 관련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FDA는 최근 인보사에 대한 임상중지(Clinical Hold) 결정을 내렸다. 한국 식약처 역시 오는 20일 미국 티슈진에 대한 현지 실사를 예고했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식약처는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봤을 때는 연골유래세포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제출 자료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오는 20일 미국 티슈진 현지 실사를 가면 가능한 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보사는 국내 판매허가를 받은 2017년 당시 식약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 소분과 회의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허가가 반려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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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ㆍ이승호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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