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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뒤바뀐 '인보사 쇼크'···코오롱측, 2년 전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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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보사 위탁생산업체, 이미 2년전 STR 검사 

코오롱이 내놓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코오롱티슈진(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내 자회사이자 인보사 개발사)이 인보사의 세포 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을 2017년 3월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위탁업체가 검사 통해 확인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에 알려 #코오롱 “당시 무슨 의미인지 몰라” #업계 “안정성 검증 기본, 납득 안돼”

코오롱생명과학은 3일 기재정정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이 ‘위탁생산업체(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지난 2017년 3월 인보사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학적 계통 검사, 가족관계 확인 등에 쓰임) 위탁 검사를 진행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통지받았음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이번 사태가 터지기 2년 전 이미 인보사를 대상으로 한 STR 검사를 했으며, 그 결과 신장유래세포임을 확인하고 이를 코오롱티슈진에 알렸다는 얘기다. 이는 코오롱 측과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관련해 소송전을 벌여온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최근 관련 사실을 국제적 분쟁을 중재하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소송 내용에 포함시키면서 알려지게 됐다.

지금까지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은 인보사와 관련 지난 2월 말 첫 STR 검사결과를 받았고, 이때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해 왔다. 인보사의 최초 생산 당시인 2004년에도 특성 분석을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신장유래세포가 아닌 연골유래세포로 판단됐다고 해명했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인보사 관련 '고의 은폐설' 불거지는 상황 

코오롱 측 기존 해명이 ‘사실상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인보사를 둘러싼 논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의도된 은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국내 판매를 허가 받았다. 미국에선 지난해 말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인보사의 성분이 ‘연골유래세포’임을 전제로 낸 여러가지 데이터를 토대로 한ㆍ미 양국에서 판매 허가와 임상 3상 개시 허가를 받아낸 덕이다.

만약 인보사의 주요 세포 성분이 코오롱 측 설명과 달리 신장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판매 허가나 임상 3상 개시 허가를 받는 일은 훨씬 더 늦춰졌을 일이다. 경우에 따라선 허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실제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을 중지(Clinical Hold)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3일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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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그러나 2017년 인보사에 대한 STR 검사 결과를 받은 것은 맞지만 신장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코오롱티슈진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의 은폐’는 결코 아니란 주장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5일 코오롱생명과학 측 관계자는 “인보사의 미국 위탁 생산을 맡은 미국 론자가 2017년 자체적으로 STR검사를 실시해 인보사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결과를 티슈진에 전달한 것이 맞다”면서도 “당시 티슈진 연구진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문구만 보고 넘겼고, 해당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오 업계에서조차 티슈진 연구진이 STR 검사 결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넘겼다는 설명에 대해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STR 검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몸에 들어가는 세포의 특성과 안정성 검증은 기본인데,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이런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측은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은폐 고의성이 드러난다면 추가 고발할 것"이라며 "사기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공문서 위조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사실 관계를 알고서도 품목허가 신청을 내고,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니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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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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