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김정은 옹호발언에 미 언론, 의회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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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회담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미일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감싸는 발언을 내놓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협상(deal)을 모색하기 위해 참모와 동맹을 제치고 김정은을 지지하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가안보보좌관(존 볼턴)과 일본 측 초청자(아베 총리)를 반박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부인했다"며 "그는 살인적인 독재를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고 지적했다.
WP는 또 '트럼프는 왜 탄도미사일이란 말을 안 할까'란 별도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옹호하는 이유는 자신의 중요한 외교정책 성공이라 여기는 것을 자랑하고,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P,"살인적 독재자를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 했다" #NYT,"북 미사일 과소평가", 폴리티코 "대선 노린 것" #"아첨하고 정적 욕하면 미사일 쏴도 좋단 신호 보낸 것" #미 의회는 공화, 민주 모두 트럼프 발언 우려하며 비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흔들리지 않는 유대관계가 도쿄에서 일부 균열(some cracks)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NYT는 "40분간에 걸친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발사될 경우 수천명의 시민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테스트를 다시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 AP/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 AP/연합뉴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동맹국, 심지어 자신의 보좌진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2020년 대통령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나의 보좌진은 그게 유엔 결의안 위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며 "개인적으로 그런 발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심을 끌려고 한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은 그동안 핵실험이 없었으며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우리는 (비핵화 문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도 여야 모두 트럼프 발언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 출신인 아담 킨징거 하원의원(공화)은 트위터에 "현충일(5월 27일) 주말에 독재자를 찬양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같은 공화당의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북한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어라는 대통령 마음은 알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불안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

민주당 톰 말리노스키 하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우호적 반응에 대해 "미국 대통령에게 아첨하고 그의 정적(바이든 전 부통령)을 욕하면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맹을 위협하며 미국 시민을 살해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비판이 거세지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TV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현충일(메머리얼 데이) 기념식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내 모든 미군 유해를 돌여받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지난해 8월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 55구를 돌려받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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