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발표' 부풀리고 편집한 정청래 "소소한 양념, 나의 식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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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전 의원(왼쪽)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전 의원(왼쪽)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뉴스1]

여야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두고 26일에도 공방을 이어갔다.

靑 발표와 방송 내용 비교해보니

민주당은 강 의원을 기밀누설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의원직 제명과 출당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정상 통화(7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측은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의 사례를 공개하며 "통화공개 내로남불"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5일 TV 종편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로데이터(Raw dataㆍ원 자료)로 다 받아봤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의원이 이날 "범죄의 문제와 표현의 문제는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의혹 제기 이틀만이다. 정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내 단어 선택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빌미 삼아 강 의원이 저지른 범죄를 물타기하고 있다"라며 "허위사실 유포에는 법적조치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방송에 대해 “청와대 사이트에서 내려 받은 것을 토대로 한 이야기”라며 “양 정상 발언이 인용부호로 서면 정리되어 있었기에 이걸 ‘로 데이터’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어 방송에서는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내용’이라고 자막 처리를 했다”고도 했다.

이에 중앙일보가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된 당시 한미 정상간 통화와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의 발언을 비교해봤다. 표면적인 내용상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몇가지 다른 점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35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①대화 내용 부풀리기=예를 들어 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전화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화해 제스처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며 항상 칭찬을 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청와대 페이스북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사의를 표했다”라고만 나온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다’거나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화해 제스처를 한 것’ 같은 내용은 정 전 의원이 만들어 냈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공식 루트로 따로 ‘로 데이터’를 받아본 셈이 된다.

②대화 순서 편집=또 정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며 항상 칭찬을 해. 그러니까 트럼프가 기분이 좋아졌을 거 아냐. ‘한국 왔을 때 국회 연설한 거 진짜 좋았다. 박수 많이 받았잖아’라고 한다. 그 다음 문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하는 거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평창 올림픽 기간엔 연기했으면 좋겠다. 막 얘기하니까 금방 들어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전화통화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이끌어낸 것 같은 뉘앙스로 소개한 것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하지만 청와대 페이스북에는 “양국 정상은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군이 올림픽의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만 나올 뿐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을 언급한 것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연설을 듣고 문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해 성공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시사예능 방송의 성격상 소소한 양념은 평소 나의 식견과 유머,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뉴스1]

정 전 의원의 반격에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 전 의원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참 뻔뻔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때는 ‘로데이터를 다 받았다’고 과시하더니 이제 와서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시청자를 우롱한 것 아닌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진실된 해명, 시청자들에 대한 정중한 사과”라고 했다.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 페이스북

강 의원에 대해서는 보수층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23일 윤상현 한국당 의원이 “어느 때보다 한ㆍ미 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24일엔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이 “(한국당이) 강효상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의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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