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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소금·쌀 팔아 연 수입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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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재기(左).김향숙씨 부부가 천일염을 부대에 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섬에서 살기 어렵다고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어느 곳에서나 자기 하기 나름 아닙니까?"

전남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50분, 차량까지 운반하는 철부선으로는 2시간 걸리는 신안군 비금도의 문재기(49).김향숙(47)씨 부부.

이들은 7년 전부터 고품질의 천일염.쌀.섬초 등을 생산해 소비자들과 직거래, 연간 1억원 가량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지역 농가 평균 소득(연간 2000만원 가량)의 5배 수준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택배로 물건을 전달하는 이들 부부의 컴퓨터에는 주부.음식점 등 단골의 주소 4000여 개가 들어 있다.

문씨는 "우리가 생산한 소금이나 쌀을 드셔본 분들의 소개와 입소문으로 고객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 부부는 한 해에 천일염 20㎏짜리 5000여 포대를 팔아 7000여 만원을 번다. 값(1만4000원)도 일반 천일염에 비해 비싼 편이고 택배비(5000원)까지 물어야 하지만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란다.

염전 4500평을 햇볕이 강한 6월 초부터 9월 초까지만 사용해 소금알이 굵고 크기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또 남들보다 더 철저하게 이물질을 제거해 소금 색깔이 하얗고 깨끗하다.

1만평의 논농사 역시 흑미(검정쌀).향미(향기가 나는 쌀).찹쌀 등으로 차별화했다. 30㎏ 포대당 흑미는 18만원, 향미는 9만5000원이나 되지만 주문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가을과 겨울에는 논.밭 4000여 평에 '섬초'를 재배, 2000여 만원을 추가로 번다. 시금치의 일종인 섬초는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잎이 두꺼워 일반 시금치보다 값을 더 받는다.

서울에서 출판사에 다니던 문씨를 만나 1986년 결혼한 뒤 비금도로 함께 내려온 부인 김씨는 "일이 고되긴 하지만, 도시 사람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고 했다. 남편 문씨는 "한 해 총 수입이 1억5000만원이 넘는데 인건비.자재비 등을 빼면 순수익이 1억원 가량은 된다"고 했다.

유영관(46) 비금면장은 "봄.가을에는 염전 사용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대신 벼 농사와 시금치 재배에 치중하는 경영전략이 성공한 사례"라며 "군청이나 농협에서 특별한 지원을 받지도 않고 성실함과 아이디어로 육지 시장을 개척해 성공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문씨 부부는 최근 낡은 집을 헐고 2억여 원을 들여 42평짜리 전통 한옥을 짓고 있다. 소금.쌀을 사 먹은 인연으로 현지로 놀러 오는 단골을 대상으로 민박을 하기 위해서란다.

문씨는 "휴대전화 덕분에 염전이나 논에서 일하다가도 주문을 받고 있다"며 "인터넷과 택배 제도를 잘 활용하고 고객들을 정성껏 관리하면, 농어촌에서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 비금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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