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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국 전후 최대변혁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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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상대로 「사회당 대약진, 자민당참패」로 끝난 일본참의원 선거결과는 전후 일본정국의 일대 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패배는 리크루트 스캔들·소비세에 대한 반발·농산물 수입자유화 등 3중고에다「우노」(우야) 수상의 개인적 인기하락이 겹쳐 일어난 「자민이탈현상」의 결과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것은 86년 7월 중·참의원 동시선거이후 나타난 자민당 안정다수의석과 정반대인 「여소야대」 구도를 일본국민이 선택했다는데서 자민당 불신임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비개선 의석 73석을 합쳐도 참의원 내 자민당의석수가 과반수에 2O석 정도 못 미친 결과는 1955년 자민당 창당이래 겪어보지 못했던 정국운용상의 시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양원제의 입법제도 아래서 참의원보다 우위에 있는 중의원은 아직도 5백12석 중 3백4석의 안정다수세를 확보하고 있는 자민당이지만 이번 참의원선거결과를 경시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또 중의원 해산 등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올해안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중의원선거에서도 똑같은 여소야대의 심판이 내려질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요인은 선거 최대쟁점이었던 소비세를 비롯, 정치윤리· 농산물자유화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우노」수상의 여성스캔들에 대한 여성표의 이탈과 「도이」사회당위원장의 인기는 새로운 우먼파워를 형성해 자민당을 궁지로 몰아 넣었다.
이제까지 자민당의 아성이었던 농촌에서 자멸한 것이나 여성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우리 나라에서 6공화국 들어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 이지만 여소야대 구도하의 정국양상은 종래와 전혀 다를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법안심의 과정에서 나타날 마찰과 그에 따른 정국유동화는 자민당을 계속 곤경속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한반도정책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앞세우는데다 비핵·비무장의 중립화 노선을주창해 온 사회당이 정국주도권을 쥠으로써 나타날 대외관계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회당 등 야당은 곧 소집될 임시국회에 소비세폐지법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공세의 기선을 잡을 눈치다.
이 소비세 폐지법안은 참의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중의원에서 부결되면 성립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안제출자체만으로 소비세는 다시 정국경화의 초점이 될 공산이 크고 이를 계기로 야당측은 여론을 업고 중의원 해산·조기 총선거의 공세로 전환할 것은 뻔하다.
특히 자민당이 제출하는 국민연금법개정안·정치개혁관련법 등 법안이 참의원의「여야역전」으로 사사건건 성립되지 못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일본의회는 수상인준·초약비준, 그리고 예산안 등 3개 주요의안은 중의원 통과만으로 성립되지만 일반법안과 기타 안건은 참의원이 가결, 중의원에 회부할 경우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반대하지 않는 한 참의원 결의를 부결하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자민당은 이같은 외우이상으로 「우노」수상퇴진을 둘러싼 파벌간의 갈등이라는 내환이 더 큰 불씨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이 있다.
「우노」수상은 선거전일 선거에서 대패하더라도 10월말까지 임기는 채우겠다고 「속투」할 뜻을 비쳤지만 개표결과가 드러난 24일 오전 사임을 발표했다.
「우노」의 퇴진이 발표됐지만 문제는 후계 총재를 맡을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리크루트사건에 연루된 「아베」(안배) 「미야자와」(궁택) 「와타나베」(도변) 등 뉴리더그룹은 엄두도 내지 못할 입장이고, 그렇다고 다시 「이토」(이동) 정치개혁추진본부장을 내세우자니 본인이 수락할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또 「다케시타」「아베」「나카소네」(중증근) 파 등 당내 3세력은 파벌해소를 정치개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토」를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
이래서 다시 물망에 오른 인물이 「가네마루」 전부수상과 「고모토」(하본) 전국무상등 원로급과 「하시모토」(교본) 간사장같은 젊은 당 중진급이다. 그러나 「하시모토」는 이번 선거참패의 책임을 물어야 할 당사자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후계총재선임문제와 관련해 연내 조기 총선문제가 자민당안에서 대두될 수도 있다. 「다케시타」가 「우노」를 수상으로 내세울때 도와준 「아베」전간사장에 대한 신의도 있고 인물난을 타개하기 위한 편법으로 총선거를 통해 「아베」「미야자와」「와타나베」등 리크루트 관련인사를 국민의 심판을 묻는 형식으로 재등장시킬 수도 있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중의원해산은 야당측의 요구에 밀려 이뤄질 공산이 더 크다.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이 정치개혁 관련법안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할 경우, 또 소비세에 대한 재검토 약속이 재계쪽의 압력에 의해 다시 공수표로 끝날 경우 야당측의 총공세를 배겨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민당이 선거종반에 내건 『자유없는 사회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의 체제선택등이 크게 어필할 수 없을 정도 시대 감각이 달라진 만큼 일본정국도 새로운 모양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사회당은 미래의 수권정당으로 정·관·재 복합의 「일본주식회사」를 경영할 능력을 얼마만큼 키울지, 자민당은 또 얼마나 자정노력을 경주해 회생할 수 있을지 앞으로 주목된다.

<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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