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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화 연작소설 '우리 집 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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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상화씨가 연작소설집 『우리집 여인들』을 펴냈습니다. 「어머니 마음」「외숙모」「황혼」등 8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 이번 연작 소설집은 각각 단편의 부제로 ‘육촌누이’ ‘외숙모’ ‘외사촌 부인’ 등 촌수를 밝혔듯 작가 자신의 친?외가집 여인들을 통해 세계에 내세울만한 한국의 여심(女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집에서 홍씨는 자신의 집안 여인들을 통해 가족사의 소설적 진실을 캐들어가고 있습니다. 6?25의 이산부부의 삶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그 끈질긴 여성의 생명성은 지금 우리 시대의 여심에도 면면히 흐르게 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이념에 당한 한을 살고 있는 여인들의 과거 분단소설적 삶이 아니라 그녀들은 대지의 변함없는 생명력으로 오늘을 살다 죽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열 살 소년의 눈으로 나는 전쟁의 잔혹함을 말없이 이겨내는 여인들을 보았다. 또한 그런 여인들의 마음자리에 전쟁 후 찾아온 어떤 참혹한 빈곤도 한 가닥 구김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드디어 풍요가 찾아왔고, 그 풍요와 함께 어쩔 수 없는 이기심 또한 도래했으나 그것마저도 그런 여인들을 손대지는 못했다. 그런 여인들의 이야기가 이 연작소설의 내용이다.”

작가의 말에서 위와 같이 밝히고 있듯 이번 연작소설집에서 홍씨는 삶, 가족,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그것들을 풍요롭게 하는 대지의 생명력으로서의 여성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6?25 이산부부의 아픔을 치유하는 여성들의 마음들을 보여주는가 하면 오늘의 젊은 여성들의 마음속에도 이런 대지적 복원력과 생명력이 있음을 드러내며 한국의 여심의 변함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작품 곳곳에 그런 한국 여심을 오늘에 드러내는 작가 의식을 생생히 드러내며 여성의 모성성, 대지적 생산성, 희생성 등이 여성에 대한 원초적, 전통적, 관념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인간과 사회를 지탱하는 힘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회를 지탱하고 이끄는 것은 이념이나 남성의 권력이 아니라 여성성이라는 것을 이번 연작 소설집을 통해 웅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좌경화를 좌시할 수 없는 ‘앤티분단문학’ 퍼스널 캠페인

한편 홍씨는 지난해 말 펴낸 장편소설 『디스토피아』의 퍼스널 캠페인을 소리 소문 없이 계속 펼치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는 작가 홍씨와 교수 등 지식인과의 대화를 통해 상아탑 등에서 젊은이들을 좌경으로 이끈 한국 지식인들을 예리하게 비판한 대화체소설입니다.

민주화된 시대 더 이상의 좌경의 득세는 민족의 번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 홍씨는 이 작품을 사회지도층에 적극 추천, 1만부 이상 읽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스컴으로부터 취재교섭을 받고 있는 홍씨는 자신의 취재가 자칫 한국 지식인 사회를 일본의 맛대로 과거 좌경화로 매도했듯 오도 할 수 있다고 판단, 계속 거부해오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가 좌경화된 우리 사회를 이념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라면 『우리집 여인들』은 분단시대의 여인들을 이념으로 희생시키지 않고 그 분단의 한을 나름의 생명으로 극복, 건강히 살아가는 여인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지금까지 우리 문학을 흘러내린 분단소설과는 다른 ‘앤티분단소설’로 읽힐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 문단에 이제 이런 ‘반분단문학’도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 지은이 : 홍상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과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장편 『피와 불』을 발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하여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신문에 연재되기도 했는데, 일본 ‘統一日報’에 「サラム(사람)」를 조선일보에는 「거품시대」, 한국경제신문에 「不感시대」등을 선보였다.
저서로 희곡『어머니 마음』, 장편소설 『사랑은 길을 잃지 않는다』 『나는 새를 위한 악보』 『꽃 파는 처녀』(1989년 발표한 『피와 불』개작 작품) 『거품시대』(전3권) 『입시가족』 『디스토피아』, 창작집 『능바우 가는 길』과 경제관련서 『IMF의 경제식민주의를 경계한다』『무엇이 진정 한국을 추락시켰는가』 등이 있다.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피와 불』은 일본 ‘德間文庫’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현재 문예지 「한국문학」주간으로 있으며,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 정가 : 8,5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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