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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번복에 항의하자 “전원 합격” 전북문화관광재단 교육생 선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북도 산하 전북문화관광재단이 교육생을 뽑는 과정에서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합격자를 엿새 만에 불합격 처리한 후 해당 응시생이 문제를 제기하자 아예 면접 대상자 전원을 합격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국비사업 #응시 원칙 깨고 지각생 선발 의혹

전북 지역 한 지자체 계약직 문화·관광 기획자인 A씨(25)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전북문화관광재단 등이 주관하는 ‘2019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 교육생 모집’에 지원한 뒤다. 이 사업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비(1년 5000만원)를 받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총괄 아래 전주문화재단·익산문화재단·전주문화재단과 공동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문화 전반에 대한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각 재단에서 생활문화(전주)·도시재생(익산)·문화콘텐트기획(완주) 등 3개 분야 이론·실습 교육을 거쳐 수료생 총 38명 중 ‘심화 과정’을 들을 수 있는 우수 교육생 3명을 최종 선발한다. 프로그램이 알찬 데다 해외 연수와 지역문화진흥원의 지역 문화인력지원사업 지원 시 가산점 부여 혜택 등이 알려지면서 A씨처럼 문화·관광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20대 취업 준비생이 몰렸다.

12명을 뽑는 문화콘텐트기획 분야에 응시한 A씨는 지난달 30일 면접을 보고, 지난 2일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재단 측은 8일 홈페이지에 정정 공고를 내고 A씨를 불합격 처리했다. 대신 면접에 지각한 A씨 바로 앞 번호 응시생이 합격자가 됐다.

화가 난 A씨는 재단 측에 “‘시험 시작보다 늦게 도착한 경우 입실할 수 없다’는 응시 원칙을 깼다”고 항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재단 측은 지난 10일 애초 ‘12명 합격, 4명 불합격’에서 면접을 본 ‘16명 전원 합격’으로 입장을 바꿨다.

재단 관계자는 “합격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부주의로 합격자와 불합격자 순서가 바뀌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면접 평가는 공정히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채용이 아닌 교육 사업이다 보니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지각하거나 일찍 온 일부 응시생에게도 면접 시간을 당기거나 미루는 등 조정해 줬다”며 “면접 대상자 대부분이 역량이 뛰어나 다른 주관 기관들과 협의해 모두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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