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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과일 나오는 날만 기다려요”…초교 ‘과일간식’ 현장 얘기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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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간식을 먹고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과일간식을 먹고 있는 충북 영동군 영동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지난 17일 오후 2시 충북 충주 대림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과일 간식이 제공되자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림초는 먹기 좋게 조각낸 사과와 배·바나나· 방울토마토 등을 비닐 팩이나 밀봉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매주 금요일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이 학교 서순정 돌봄교사는 ‘과자·빵 같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매주 금요일을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신선한 과일이 직접 학교로 배달되고, 간단하게 팩으로 제공돼서 교사 입장에서도 번거로움을 줄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초등학교 전 학년에 제철 과일을 간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시범적으로 전국 6000여 초교 돌봄교실 참여 학생 24만여명에게 제공하는 과일 간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목적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어린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생활을 지원해 계속 늘어나는 어린이 비만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최소 400g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6~11세 어린이의 채소ㆍ과일 섭취량은 352g에 그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결과 과일 간식을 주 3회 받은 학생의 비만율은 다른 학생보다 낮아졌고, 조사 대상의 23.9%는 과체중·비만에서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어린이·청소년 비만에 대응하기 위해 과일 간식을 확대하고 있다. 덴마크는 1999년부터, 미국은 2002년부터, 캐나다는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은 2009년부터 과일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만족도도 높다. 농식품부가 올 초 437개 학교 학생(1000명)ㆍ학부모(1000명)를 설문 조사한 결과 90.2%의 학생이 계속 과일 간식을 공급해달라고 답했다. 학부모들도 ‘과일 간식이 필요하다’(96%), ‘전체 학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91.9%)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북포초등학교의 우필녀 돌봄교사는 “맞벌이 등으로 자녀에게 간식을 챙겨주기 어려운 부모들이 많은데, 섬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제철 과일을 제공하니 많이 고마워한다”며 “아이들에게 건강 교육 및 식습관 개선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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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소비를 늘려 국내 과일 생산농가를 돕자는 취지도 있다. 과일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산 과일 소비는 위축되고 외국산 과일 수입량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이 초교 전 학년으로 확대되면 연간 과일 소비량이 약 1만2000t 늘면서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경기 활성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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