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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카드' 만지작거리는 여권 …대기업, 고소득자 타깃 거론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增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이 회의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정부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지난 16일 오후 충남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6일 오후 충남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조세 부담률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민주당 내 경제전문가로 분류되는 최 의원은 민주당 제3정조위원장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최 의원은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너무 낮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호응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여권 내부에서 증세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론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지금의 세율 구조는 90년대 경제 상황에 기초한 것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졸속이었다. 일부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과 비교하며 증세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OECD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2017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부담률은 26.9%로 OECD 평균(34.2%)에 못 미친다. 36개국 중 하위권인 32위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증세론이 제기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OECD 기준으로 봐도 그렇고,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맞다“고 전했다.

증세를 하더라도 서민이나 중소 자영업자의 반발은 최소화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세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 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 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증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곧바로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증세는 내년 총선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증세 논란은 바로 표심과 연결된다”며 “세제 개편을 논의하더라도 총선 이전에는 어렵다. 그 이후에 공론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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