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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해외 냉면식당으로 위장해 소프트웨어 판매…대북제재 구멍"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음식점 고려식당. [사진 고려식당 페이스북]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음식점 고려식당. [사진 고려식당 페이스북]

"소프트웨어는 대북제재를 피해 외화벌이를 하려는 북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할 수 있다."

CNN은 베트남에 위치한 북한식당이 사실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사용됐다며 18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와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고려식당'이 대북제재의 빈틈을  파고 들어 첨단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싱크탱크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건 하노이 고려식당과 정체불명의 IT 회사 퓨처테크그룹(Future Tech Group)의 연관성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하노이 고려식당, 소유주는 북한 프로그래머 #전문가 “소프트웨어 판매는 제재대상 아냐” #CNN “해외 북한식당은 상업용 전초기지”

고려식당 소유주 ‘김정길’, 소프트웨어 개발자?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음식점 고려식당의 종업원의 모습. [사진 고려식당 페이스북]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음식점 고려식당의 종업원의 모습. [사진 고려식당 페이스북]

고려식당은 겉으로 보기엔 냉면, 고기 등을 판매하는 평범한 북한 음식점이다. 베트남에 등록된 사업기록에 따르면 이 식당은 레스토랑업체 무도비나(Mudo Vina)가 운영 중이며 소유주는 북한인 김정길(46)이다. 하지만 김정길의 이니셜과 생일이 포함된 아이디 'kjg197318'은 IT 프리랜서 사이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프로필을 보면 그는 자신을 소프트웨어 개발자 겸 안면 인식기술 전문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로필엔 과거 퓨처테크그룹과 같이 작업했던 기록도 남아있다. 퓨처테크그룹은 말레이시아회사 글로컴(Glocom)과 IP 주소를 공유하고 있는데, 글로컴은 UN이 지난 2017년 북한이 무기를 수출할 때 이용했다고 지적한 회사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판매가 대북제재 위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CNS에서 북한의 불법금융 활동을 연구하는 카메론 트레이너는 "(정보기술) 서비스는 유엔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소프트웨어 판매는) 여전히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프트웨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먼 지역에서 소프트웨어가 생산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UN 대북 제재 조사관으로 일했던 조지 로페즈는 "각 국가 세관 관계자들은 온라인상 소프트웨어 판매기록은 추적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북한의 제재 회피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통 각국 세관에선 항구와 같은 진입 지점에서만 북한과의 교역을 감시하기 때문이다.

제이슨 아터번 C4ADS 북한·중국 전문분석관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프로그래머들은 매년 수십만 달러를 북한에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외화벌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CNN은 "북한이 해외에 무기를 파는 건 현재 금지돼 있지만 군사적인 목적이 아닌 첨단 소프트웨어 판매도 무기 금수 조치의 대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는 대북제재를 피해 외화벌이를 하려는 북한에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식당은 상업용 전초기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들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 영업을 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영업하고 있는 북한 식당들은 '해외 상업용 전초기지'"라며 "북한 식당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운영 중이며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2017년 발효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해외 노동을 금지하고 북한의 공동기업이나 협동조합의 해외 영업을 금지했지만, 하노이 고려식당은 여전히 문을 열고 있다"며 "베트남 외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e-메일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공개된 UN 전문가 패널 보고서 역시 "북한의 해외 진출은 제재 회피를 의미하며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제재의 효과를 저하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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