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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반응···"세입자 보호 당연""건물주가 권리금 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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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분쟁으로 강제집행이 진행한 서울의 한 상가. [중앙포토]

임대차 분쟁으로 강제집행이 진행한 서울의 한 상가. [중앙포토]

임대차 기간과 상관없이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권리금으로 인한 임대차 분쟁은 물론 향후 부동산 개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임차인 권리금 회수 보장' 판결 반응

16일 대법원은 자영업자 김모씨가 건물주 공모씨를 상대로 낸 권리금 회수방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씨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2심은 “임대차 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관련 조항은 입법 취지와 내용이 다르다”며 “이 같은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 사용 수익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개정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 결정에 따르면 임대인은 10년이 지나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 관계자는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이런 판결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맘상모는 임대차 분쟁 중인 자영업자와 이를 지원하는 시민 모임이다.

서울시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남주 변호사는 "우리 법에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5년으로 제한한 적이 없었다. 그간 하급심이 과도하게 해석해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그간 권리금 분쟁에서 법원은 어떤 때는 임대인 편을 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임차인 손을 들어주기도 했는데, 대법원 판결로 정리된 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은 임대차 분쟁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건물주가 재건축할 때 임대차 분쟁이 많이 생긴다. 개발 전 (임차인 보상) 비용이 얼마가 들어갈지 산정하는 기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끼리 거래인 권리금을 임대인이 보상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건물주는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건물주는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암 공인중개사는 "대법원 판결이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지금 임대차 분쟁을 놓고도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판결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당장 건물주는 위헌 소송을 낼 것이고, 그간 같은 내용으로 패소한 임차인은 재심 신청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의 취지는 좋지만, 양측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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