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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후폭풍 대학가 축제로…YG 소속 가수 초청 논란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축제에 참석한 아이콘. 박해리 기자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축제에 참석한 아이콘. 박해리 기자

“승리가 오는 것도 아니라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축제에서 만난 2학년 학생 한모(20)씨는 “친구들과 함께 아이콘 무대를 보러 가기로 했다”며 도서관 앞 축제 무대를 향했다.

명지대 총학생회가 대학 축제에 버닝썬 관련 수사를 받는 승리의 전 소속사인 YG 소속 가수를 초청하자 학내에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 총학은 지난 14일 "민주적 절차로 진행됐다"는 입장문을 내고 해명했다. 총학은 해당 가수 섭외를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명지대 인문캠퍼스와 자연캠퍼스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축제를 열었다. 서울에 있는 인문캠퍼스에서는 15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자연캠퍼스에는 14일 각각 축제에 아이콘이 출연했다. 이 외에도 축제에 홍진영·사이먼도미닉·먼데이키즈 등 다른 가수들도 출연했다. 서울 시내 대학 중 YG 출신 가수를 초청한 대학은 명지대학교가 유일했다.

이날 축제는 여느 대학 축제와 다름없이 진행됐다. 축제에 참석한 다수의 학생은 대자보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실제로 기자가 질문한 학생 6명 중 5명은 “대자보에 대해 들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축제에는 아이콘을 보러 온 교복 입은 고등학생과 부모님과 함께 온 초등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아이콘이 나오자 ‘사랑을 했다’ 노래 가사를 따라부르며 축제를 즐겼다. 한국어 공부를 하러 베트남에서 유학 왔다는 텅 응옥 디엔(22)은 “아이콘이 명지대 축제에 온다는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아서 보러왔다”며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며 아이콘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대에 오른 아이콘은 “명지대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잘 노는 줄 몰랐다. 이 노래에 이런 격한 반응을 하는 관객은 처음이다”라고 말하며 계획했던 것보다 앵콜 곡을 더 부르며 무대를 이어갔다.

대자보를 붙인 ‘버닝썬 게이트, 강간 카르텔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명지대 학생 일동’은 ‘버닝썬 게이트로 수사 중인 승리 전 소속사의 가수를 학교 축제에 초대하는 총학생회 규탄한다!’는 글을 총학 사무실 앞에 붙였다.

이들은 대자보를 통해 “클럽 내 강간·성접대·성매매 알선·탈세·비리·경찰 유착·마약 유통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승리의 전 소속사 가수를 초청하는 행위는 현시점에서 부적절하다”며 “학생회 내부에서 이에 대한 저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업의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해주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 동조로 비칠 수 있다”며 “총학생회의 자기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자보는 16일 오후 현재 떼어진 상태다.

이에 대해 명지대 인문캠퍼스 총학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학생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섭외를 진행했다”며 “민주적 절차를 거쳐 진행된 사안”이라는 해명 글을 게시했다.

이어 “특정 소속사 엔터테인먼트 소비를 통한 간접적인 동조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씀드린다”며 “내실 있는 축제를 장식할 아티스트에 대한 논의만으로 섭외가 진행됐던 점에는 다시 한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자연캠퍼스 총학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축제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SNS에서는 총학을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총학이 올린 해명 글에 명지대 학생 정모씨는 “문제가 될 걸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당당히 말한다”며 “이번 축제는 패스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강모씨는 “학우들이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라지만 심지어 즐겁지도 않다”고 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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