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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돌아온 '싸움닭' 이재명···"곤란해진 건 친문 아니겠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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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1심 무죄] 정치권 반응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어깨에 걸쳐 있던 짐을 일단 덜어냈다. 향후 이 지사 특유의 스타일대로 활동반경을 확 넓힐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다양한 반응을 내놓으면서 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사직 위기 벗고 활동 폭 넓힐 듯 #민주당 “판결 존중, 도정 전념해야” #한국당 “버스요금 인상 협조 대가” #“친문 곤란해졌다” 의견도 나와

이날 무죄판결 이후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16일 “수원지방법원의 무죄판결을 존중한다. 이 지사는 이제부터 버스대책 마련, 일자리 문제 해소, 서민 주거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산적한 경기 도정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공식 논평을 내놨다. 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튀는’ 스타일로 다시 여러 이슈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지사는 기초단체장인 성남시장 시절 때부터 보기 드문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정치적 덩치를 키웠는데,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청년수당 지급 문제였다. 전형적인 인파이터 스타일로 싸움을 마다치 않는 캐릭터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도 전매특허인데, 탄핵 때 지지층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발언들로 대번에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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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엔 의외다 싶을 정도로 몸을 낮췄다. 여배우 스캔들부터 친형 강제입원 논란까지 덮치면서 활동반경 자체가 좁았다. 때마침 주변에서도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그 급이 다르다. 말부터 조금씩 줄이고, 행동도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 도정에만 매진하시라”는 조언을 했다. 이 지사는 말은 아끼면서도 경기도 내 일부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논쟁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당은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해야겠지만, 오늘 판결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인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남은 공판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와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엄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민경욱 대변인)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 협조한 대가로 받은 면죄부”라면서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을 수용하는 등 저자세를 보인 것과 재판 결과도 연관 지었다.

한국당 일각에선 이 지사의 무죄판결이 나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치명적 약점을 지닌 이 지사가 다시 여권의 대선 주자로 활동한다면 야당 입장에선 대여공세 이슈가 늘어나는 셈”이라며 “비문 유력 인사이면서 컨트롤이 안 되는 이 지사가 살아 돌아와서 곤란해진 건 민주당의 친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권호·김준영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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