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협의회 무엇을 남겼나 |안보협력 공감대 넓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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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미군·팀스피리트 훈련·방위비 분담 등 많은 갈등요인으로 난항이 예상됐던 제21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는 양국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성공리에 끝났다.
특히「부시」행정부 출범이래 처음 열린 이번 SCM의 성공적 폐막은 양국의 군사협력 관계에 밝은 전망을 주는 것으로 일단 평가될 만 하다.
한국 측의 능동적인 방위비 추가분담·FX사업 (신형 전투기 구매) 에서 미국기종 선택, 미국 측의 지대공(SAM) 유도탄 기술지원 각서와 로열티 양해각서, 한미연합사 군수참모부장에 한국군장성임명 등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호혜정신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 측이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는 미국의 주한미군 계속 주둔의지 천명의 과정을 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작위적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렵지만 SCM이나 양국간 협상기회 등이 있을 때마다 미 의회·언론 등이 주한미군의 철수내지 감축을 들고 나온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마치 한국의 안보만을 위해 있다는 식의 대도는 아주 언짢은 부분이었다.
SCM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체니」장관은『주한미군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SCM 등 양국 간 회담 전에 늘 철군·감축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에『한국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전략적 필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주한미군 존속」을 받아내기 위한 우리측의 노력에 의문이 남게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미 측의 시각이 이처럼 확실한데 왜 우리측은 SCM 직전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한 철군·감축 논의에 마치 이것이 당장 실현되는 것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였느냐는 것이다.
만약 잘못된 상황인식으로 필요 이상의 방위비 추가 분담에 합의했다면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우리측 대표들은 이런 자세가 우리 방산 업체를 활성화시키게 될 로열티 양해각서체결을 가능케 했고▲SAM 유도기술 공동연구▲구매 탄약 합의서의 조속한 추진▲북방 정책지지표명 등이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양국의 입장이 어떤 것이었든 이번 SCM의 주제가 상호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연합방위력 증강에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금년 초 중단 혹은 축소실시 등으로 시비가 분분했던 팀스피리트 훈련의 지속실시 및 핵우산 보호의 지재천명 등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SCM 공동성명의 단골 메뉴로 등장, 진부해 보이긴 하지만『한국에 대한 무력침공에 대해서는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핵우산으로 추가적 보강을 할 것』이란 조항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안보공약 의지의 정도를 대변하는 것이다.
아무튼 90년대 동북아의 안보상황까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번 SCM에서 많은 합의가 이뤄졌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워싱턴=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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