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투수' 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총학 '뭇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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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동원 선수 동상에서 기념사진 찍은 부산대 총학생회. [사진 마이피누]

고 최동원 선수 동상에서 기념사진 찍은 부산대 총학생회. [사진 마이피누]

부산대 총학생회가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 앞에 있는 고 최동원 선수 동상을 밟고 단체 사진을 찍어 뭇매를 맞고 있다.

16일 부산대 커뮤니티 게시판인 '마이피누'에 따르면 부산대는 지난 14일 사직야구장에서 개교 73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재학생·졸업생들은 야구경기를 관람하며 단체 응원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총학생회 구성원 30여명은 야구장 앞마당에 있던 최 선수 동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동상 헌화대를 밟은 채 사진을 찍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동상 머리 부분에 응원용 비닐봉지를 씌웠다는 말도 나왔다.

고 최동원 선수 동상에서 기념사진 찍은 부산대 총학생회. [사진 마이피누]

고 최동원 선수 동상에서 기념사진 찍은 부산대 총학생회. [사진 마이피누]

최 선수는 1980년대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두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는 선수 시절 그의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을 정도다.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1983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끈 최 선수를 기리며 시민 모금을 통해 2013년 이 동상을 건립했다. 이에 최 선수를 기리는 동상에서 총학생회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논란이 계속되자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이 게시글에 댓글로 사과문을 남겼다. 총학생회장은 "팬으로서 제가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며 "상식에 어긋난 행위를 한 것에 반성하며 롯데 팬과 학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식 입장 표명 없이 댓글로 사과문을 올린 것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동원 기념사업회는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하고 "사직운동장 바로 맞은편에 사무실이 있는데 지척에서 발생한 일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후 총학생회는 17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총학생회 측은 "저희의 경솔한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고 최동원 선수의 유가족과 최 선수를 사랑하는 분들, 부산대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적었다. 이어 "공식 사과문 작성에 앞서 최 선수 가족들과 최동원기념사업회에 먼저 사죄를 드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락이 닿아 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달했으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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