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포동 쏘자마자 미 MD 사상 첫 가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5일 오전 5시. 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1990년대 이래 개발해온 MD가 처음으로 가동된 것이다. 먼저 고도 3만5780㎞의 정지 궤도에 떠 있던 적외선 탐지위성(DSP)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의 꽁무니에서 뿜어진 불꽃을 탐지했다. 탐지 상황은 실시간으로 미 중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북미방공사령부(NORAD) 상황실로 전달됐다. 군사통신위성을 거쳐서다. 동시에 동해에 배치된 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대포동 2호의 비행 궤적을 추적했다.

알래스카 서쪽의 이어렉슨섬에 설치된 장거리 X-밴드레이더도 전파를 보내 미사일을 추적했다. NORAD는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요격 미사일 부대에 요격 준비태세를 지시했다. 포트 그릴리에는 지상배치 요격 미사일(GBI) 9기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는 2기가 배치돼 있다. GBI는 초속 6.4㎞의 속도로 날아가 고도 230㎞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파괴한다.

동해에서 활동 중인 미국의 최신형 이지스급 순양함 사일로(CG 67)도 요격 태세를 갖추었다. 사일로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SM-3 미사일을 탑재하고 처음으로 실전 배치된 이지스함. SM-3는 100㎞ 이상 고도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400㎞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SM-3는 탄도미사일을 발사 초기에 요격한다.

그러나 NORAD는 120초가량 연소해야 제 속도를 낼 수 있는 대포동 2호의 1단 로켓이 42초 만에 연소하자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강원도 깃대령 기지에서 발사된 노동 1호와 스커드C 미사일은 사거리가 1300㎞ 이하여서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MD 비상 태세는 해제됐다. 요격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6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요격 미사일을 비상 가동했다. 브라이언 위트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요격 미사일이 가동됐고, 모든 미사일 발사 과정이 탐지되고 감시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6월 초 시험단계에 있던 MD 체계를 실전 모드로 전환해두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북미방공사령부(NORAD)=미국 미사일 방어의 총지휘소다. 1950년대 핵무기를 실은 옛 소련 전략폭격기의 공격에 대비해 58년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암벽 속에 구축한 지하기지. 핵공격을 받아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상공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중 작전을 지휘.통제한다. 한국의 오산 미 7공군사령부와도 직접 연결된다.

<크게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