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합장거부 논란···'개신교' MB 매번 합장, YS는 묵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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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홀로 합장하지 않는 사진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정치인들의 대응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2일 경북 경산에 있는 한 교회에서 예배한 뒤 경북 영천 은해사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황 대표는 행사에서 합장하지 않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머리를 반듯이 드는 등 불교식 예법을 따르지 않았다.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이 열렸다. 이날 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봉축법요식이 열렸다. 이날 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합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이날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합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황 대표와 비교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각각 개신교, 천주교 신자다.

황 대표가 법요식에서 합장·반배 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불교방송 측은 “같은 개신교 신자지만 누구는 불교식 예법을 따르고 누구는 따르지 않는 이유에는 황 대표가 ‘개신교 근본주의자’로서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사진 MBC 방송 캡처]

[사진 MBC 방송 캡처]

이 밖에도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정치인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꼽힌다. 개신교 신자인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4년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말로 타 종교계로부터 비판받았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불교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합장을 적극적으로 하며 성난 불심(佛心)을 달랬다. 2008년 당선인 시절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下心·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하라’는 가르침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처럼 김영삼 전 대통령도 개신교 신자다. 김 전 대통령은 합장 대신 묵례를 했다. 1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수 전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안 하던 행동을 하기가 어색해서 그런지 사찰에서 합장 대신 묵례만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항상 “내가 믿는 종교가 있으면 남이 믿는 종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게 김 전 비서관 설명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지방 불교방송을 잇달아 허가하는 등 불교계를 신경 썼다는 평을 받는다.

황교안(왼쪽 세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북 영천시 청통면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왼쪽 세번째)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북 영천시 청통면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황 대표가 종교색만 고집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JTBC에 “황 대표의 아내인 최지영씨가 불교를 챙기고 있다”며 “매달 절에 가서 참배하고 (4·3) 보궐선거 때는 지역 사찰을 다 들렀다”고 전했다. 최씨는 유명한 복음성가 가수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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