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수처 수용…영장청구권·재정신청권은 살펴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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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상기 법무장관(오른쪽)이 14일 청와대에서 진영 행안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전날 박 장관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시스]

박상기 법무장관(오른쪽)이 14일 청와대에서 진영 행안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전날 박 장관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시스]

검찰이 국회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해 14일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에 부여한 파견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재정신청권 등 각론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국회에 공식 입장문 첫 제출 #박상기 ‘수사권 보완’ e메일엔 #문무일 “검찰 고언 수용 안돼” #민갑룡 “지휘권 폐지 원칙 지켜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에 대해 검찰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의 법리적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두 개의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있다.

검찰이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법제사법위원회)과 윤한홍 의원(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공수처 관련 입장에 따르면 검찰은 “공수처의 직무범위와 권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로 바람직한 방안이 마련된다면 국민의 뜻으로 알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고 기소권은 판·검사 및 경무관급 경찰에 대해서만 부여한 것에 대해 “전례가 없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관련 입법례가 없고 대상의 직군에 따라 수사 절차를 분리할 경우 같은 사건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 간의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수처는 기소권이 있는 판·검사 등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수사만 하고 검찰에 기소와 재판을 맡기게 된다.

검찰은 공수처 파견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에 대해 “기소권이 없는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여러 법리적 쟁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소권이 없는 경찰은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 영장청구권을 행사한다면 현행법상 경찰과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또한 영장청구권은 헌법상 검사의 고유한 권한이다. 파견 검사가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영장청구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어 이 내용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공수처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경우 공수처가 법원에 이의신청(재정신청)을 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재정신청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건 관계인만이 할 수 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한 수사기관에 재정신청권을 부여한 입법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법원이 공수처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은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의 입장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3일 전국 검사장들에게 e메일(지휘서신)을 보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검찰과 경찰 모두 반발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의 서신은 “검찰의 고언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늦어도 내주 초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14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수사권 조정은 형사사법에서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라는 국민적 요구에서 비롯됐다”며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 등 수사구조 개혁의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장관의 서신은 지난 6월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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