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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세대 퇴장하지만...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 갈래요"

중앙일보

입력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빙상했던 빙상 스타들이 한 명씩 퇴장하고 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박승희(27), 모태범(30) 등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16일 '빙속 여제' 이상화(30)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의료와 트레이닝 기술이 발달했지만 30대의 나이가 되면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쇼트트랙 곽윤기. [뉴스1]

쇼트트랙 곽윤기. [뉴스1]

그래서 이제 20대 초반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밴쿠버 세대들은 이제 몇 명만 남아있다. 그런데 유독 경쟁이 치열한 쇼트트랙에서 아직도 20대 후배들과 경쟁하며 태극마크를 노리는 선수가 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끈 곽윤기(30·고양시청)다. 곽윤기는 밴쿠버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막판 스퍼트로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기여했다. 시상식에서 당시 유행하던 '시건방 춤'을 춰 화제가 됐다.

곽윤기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여전히 올림픽 출전이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밴쿠버올림픽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이 이제 거의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보통 선수들은 아프기 때문에 은퇴한다. 이상화 선수도 (무릎, 종아리 등) 아픈 곳이 많다고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상을 많이 당하지 않았다. 여전히 팔팔해서 그만둬야 할 이유가 없다"며 웃었다.

그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은 종종 하는 모양이다. 곽윤기는 "'밴쿠버 시대의 유물이 됐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오래된 사람같다"면서도 "내가 최고참이기는 하다. 코치 선생님들과 거의 비슷한 연배가 됐다"고 말했다. 몸 관리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는 "20대 때는 몸 관리에 예민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예민하다. 음식, 체중 관리, 훈련 방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다. 그는 2019~2020시즌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태극마크를 단 임효준(23), 황대헌(20), 박지원(23) 등은 전부 곽윤기보다 어린 후배들이었다. 곽윤기는 "대표팀 선발전에서 못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 후배들이 나보다 잘하는 부분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포기하기 보다는 후배들을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왼쪽)와 임효준. [사진 곽윤기 SNS]

쇼트트랙 선수 곽윤기(왼쪽)와 임효준. [사진 곽윤기 SNS]

이제 곽윤기의 롤모델은 '후배 임효준'이다. 임효준은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개인 종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곽윤기는 "임효준은 배울 점이 정말 많다. 큰 수술을 몇 번이나 했는데도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멋있다"면서 "후배들의 장점을 잘 배워서 꼭 베이징올림픽에 함께 가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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