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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되면 근신 또 근신" 임종헌 울먹였지만 구속 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기간이 6개월 연장됐다.

법원 "증거인멸 우려 높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임 전 차장의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기간은 이날 자정(14일 0시)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새 영장이 발부되면서 다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13일 재판에 출석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날 법원은 그의 구속기간은 6개월 연장했다. [뉴시스]

13일 재판에 출석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날 법원은 그의 구속기간은 6개월 연장했다. [뉴시스]

법원, 공범·후배 판사들 접촉 우려한 듯

임 전 차장은 지금까지 총 3차례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일제 강제징용 소송 및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에 개입하고 특정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 등로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에는 서영교 의원 등 정치인들로부터 재판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등 혐의로 2차 기소됐고, 2월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법관들을 사찰한 혐의로 3차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6개월이며 이후에는 피고인을 석방해야 한다. 다만 이전 구속영장에 없었던 새 범죄사실을 토대로 새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경우 6개월씩 최대 2번까지 구속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에 발부된 영장은 2차 기소 건을 토대로 했다. 만일 임 전 차장이 2차 구속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3차 기소 건으로 또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을 풀어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구속 연장 여부를 따지는 심문기일에서 검찰은 임 전 차장을 풀어줄 경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공범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며 구속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임 전 차장이 공범인 박병대 전 대법관 측 노영보 변호사와 두 차례 구치소 접견을 했고, 고영한 전 대법관을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 소속 유승정 변호사와도 접견했다는 점을 들었다. 임 전 차장은 “일방적으로 노 변호사가 찾아와 양 전 대법원장과 면담 예정이라고 알려줘서 들었을 뿐 일체의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 “유 변호사 역시 동생인 유승민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어 만난 것 뿐”이라며 반박했다.

임종헌 "집사람이 매일 뒷바라지" 울먹였지만 

임 전 차장이 후배 판사들에게 진술을 회유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구속 연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후배 판사인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지난해 7월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임 전 차장이 전화해 "내가 지시한 내용에 대한 진술을 신중히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며칠 후 임 전 차장이 다시 전화해 “내가 한 말은 신경쓰지 말고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석방된다면 근신하고 또 근신하겠다”고 직접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매일같이 저희 집사람이 법정에 나와 저를 지켜보고 있다. 제가 판사 퇴직 후 실업자로 지내는 2년 동안 불평 안 하고 바라보다 지금은 구속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며 울먹였지만 결국 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게 됐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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