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골란고원에 ‘트럼프’ 정착촌·광장·정류장 본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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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

지난 3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정착촌과 광장, 열차정류장을 갖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작업 일부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 12일 구체적 계획 발표 #지난 3월 골란고원 주권 포고 보답차 #"역사적인 결단에 감사하는 마음 표시"

 AFP통신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회의를 열어 “골란고원 내 새 유대인 정착촌 부지를 확정하고, 새로 구성될 내각에 정착촌 명명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일을 기념해 새 정착촌 이름은 ‘트럼프’로 짓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결단”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감사하는 마음 표시”라고 명명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친이스라엘 정책을 밀어붙인 데 따른 자국민의 고마움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트럼프 이름이 붙여지는 곳은 또 있다. 지난 8일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 중부도시 페타티크바의라미 그린버그 시장이 시내 광장 명칭을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따 짓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마을과 광장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내에 ‘트럼프’로 불리는 열차 정류장도 생긴다. 앞서 카츠 이스라엘 교통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예루살렘 구 시가지의 열차 정류장 한 곳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명칭을 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 서명이 국제사회에 가져온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는 골란고원 문제에 있어 시리아와 이스라엘 중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6일 전쟁’을 통해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빼앗은 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분쟁 재발로 중동 지역의 평화가 또 깨질 것을 크게 우려해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땅을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지’로 규정하고 두 나라의 휴전을 감시하는 평화유지군을 배치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치면서 갈등의 씨앗은 크게 불거졌다. 아랍권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수십 년째 지켜온 미국의 중동 정책을 내던지고 있다(뉴욕타임스)”는 등의 평가가 나온다. AFP는 이스라엘이 오는 14일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딴 명칭 붙이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스라엘 건국기념일 때에도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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