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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맛] 치즈와 떡갈비의 오묘한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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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대전의 우송대학교에선 특별한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거창하게 '세계화를 위한 한국 전통음식의 개발'이라고 하지만 쉽게 설명하면 '외국인 입맛에 맞는 한국음식 만들기'다. 해외로 나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입맛이라도 사로잡을 한식을 새로 개발해보자는 의미다.

전국에 있는 유명 호텔 조리팀은 물론 대학교.고등학교의 조리학과 학생팀도 대거 참여했다. 대회의 의미도 중요했지만 사실 참가자 모두 '잿밥'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란다. 최고 점수를 얻은 팀(대상)에겐 세계적 조리명문인 미국의 존슨앤드웨일스(Johson&Wales)대학교 견학 기회가 주어지는 것.

1차 서류심사를 거쳐 현장에서 경연을 펼친 팀은 27개 팀 108명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새벽열차를 타고 달려온 참가자들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어 내놨다. 요리 경력이 풍부한 조리사들은 현란한 솜씨를 과시했다. 여기에 뒤질세라 미래의 조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졌다. 돼지고기 껍질로 각종 채소를 둥글게 말아 애피타이저로 내놓기도 하고, 값비싼 쇠고기 등심을 청국장에 재웠다가 구워내는 과감함도 보였다.

결국 '잿밥'의 향방은 노련미를 자랑하는 서울롯데호텔 조리팀에 돌아갔다. 레스토랑 '바인'의 정영식씨, 연회 주방의 김형수씨, 양식당 '라세느'의 조현감, '콜드 키친'의 김신원씨 등 네 사람 모두 요리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급. 최고상을 받기 위해 한 달간 퇴근 뒤 합숙 훈련에 가까운 일정을 보냈다고 한다. 독일 월드컵 기간과 겹쳐 변변하게 "대~한민국"도 외쳐 보지 못했단다.

팀을 이끌어 온 정영식씨는 "우리나라 음식은 육지.바다.산과 들의 풍부한 재료로 지지고, 볶고, 찌고, 굽고, 튀기고, 삶고, 데치는 등 다채로운 요리법으로 온갖 맛을 창조할 수 있다"며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50여 가지 메뉴를 개발하면서 한국 음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롯데호텔팀이 개발한 음식은 육회 카르파초.노란색 떡갈비구이.산딸기 셔벗 수정과다. 외국인 손님맞이로 고민하는 대한민국 안주인들을 대신해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대전=유지상 기자

*** 칼 구겐모스 미국 존슨앤드웨일스대 조리대학 총학장

'세계화=퓨전'은 착각

"세계화란 단어를 퓨전(Fusion)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뿌리없는 퓨전은 혼돈(Confusion)이 되고 맙니다."

우송대학교 창작요리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특별 초빙된 존슨앤웰리스대학교 칼 구겐모스(Karl Guggenmos.사진) 조리대학 총학장은 '한국음식의 세계화'란 주제에 일침을 가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여러 나라 음식을 섞어 한식 고유의 특징을 희석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전통과 뿌리는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의 한국 음식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존슨앤웰리스 대학교는 1914년 설립된 종합 사립대학교로 미국의 프로비던스 등 4곳의 캠퍼스에서 1만2000명의 학생이 수업중이다. 1973년 추가 개설한 조리대학은 4년제 조리대학으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전체 재학생 중 조리분야 학생들이 56%에 달한다. 한국인 유학생도 100여명이나 된다.

■ 육회 카르파치오

재료(2인분)=쇠고기 50g, 배 30g, 오이 20g, 참기름·설탕·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깨간장 드레싱=통깨(1큰술)를 갈아 간장(1큰술)과 혼합해 만든다.

만드는 법=쇠고기는 둥글게 모양을 만들어 겉면만 살짝 익힌 뒤 냉동고에 넣었다가 얇게 썰어 참기름·소금·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오이는 채를 썰고, 배는 반달 모양으로 얇게 썬다. 접시 바닥에 깨간장 드레싱을 예쁘게 깐다. 그 위에 얇게 썬 쇠고기로 오이채를 감싼 뒤 카르파초 형식으로 배와 번갈아 올린다. 좀 더 모양을 내려면 사진처럼 스파게티면(3개)을 튀겨 세우고, 허브와 새싹으로 둥지 튀김을 만들어 그 안에 메추리알 노른자만 꺼내 올린다.

* 카르파초=이탈리아 요리로 고기나 생선을 얇게 썬 것을 말한다. 고기는 주로 소고기 안심을 사용하며 파르마산 치즈나 야채를 얹어 먹는다.

■ 노란색 떡갈비구이

재료(2인분)=쇠고기 갈빗살 300g, 간장 반 컵,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다진 파 1큰술, 참기름 약간, 로즈메리 10g, 분말치즈 1큰술, 계란 노른자 2개분, 밀가루 반죽 200g, 버터 50g

만드는 법=갈빗살은 기름을 제거하고 간장·설탕·마늘·파·참기름을 넣고 간을 맞춘다. 양념한 갈빗살을 치대 둥근 모양을 만든다. 수제비처럼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그 안에 버터를 넣고 밀대로 얇게 편다. 반죽을 반으로 접어 다시 얇게 민다. 파이 반죽처럼 여러 차례 반복한 뒤 그 반죽으로 갈빗살을 감싼다. 감싼 반죽을 로즈메리와 분말 치즈 위에 굴린 다음 계란 노른자를 고르게 바른다. 오븐(170도)에 넣어 속이 익을 때(대략 12분)까지 굽는다.

■ 산딸기 셔벗이 담긴 수정과

수정과 재료=생강 20g, 곶감 1개, 호두 1개, 통 계피 10g, 황설탕 1/2컵, 잣 6알, 생수 10컵, 제철 과일 적당량

산딸기 셔벗 재료=산딸기 퓨레 220g, 생수 300㎖,설탕 100g, 물엿 100g, 우유 150g

만드는 법=생강 껍질을 벗겨 얇게 저미고 계피도 깨끗이 씻은 뒤 생수를 붓고 은은하게 끓인다. 고운 체에 거른 국물에 설탕을 넣어 또 다시 끓인 뒤 식혀 수정과를 만든다. 다른 냄비에 생수·설탕·우유를 넣고 80도까지 끓이다가 물엿을 넣는다. 산딸기 퓨레를 넣고 잘 섞어 차갑게 식힌다. 거품기로 거품을 올려서 얼리면 산딸기 셔벗이 만들어진다. 예쁜 그릇에 곶감과 계절 과일을 잘라 담고, 산딸기 셔벗을 둥글게 퍼 담아 수정과를 부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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