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스타 이승엽, 골프 샷은 왼손 퍼트는 오른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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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대현(왼쪽)과 이승엽은 타이거 우즈 처럼 검정 모자바지에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사진 KPGA]

김대현(왼쪽)과 이승엽은 타이거 우즈 처럼 검정 모자바지에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사진 KPGA]

12일 인천 드림파크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 팀 경기에서 김태훈(34)-여홍철(경희대 교수) 조가 합계 20언더파로 우승했다.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낸 ‘도마의 신’ 이다. 김대현과-이승엽이 공동 3위(18언더파), 박성국-선동열 조가 공동 6위(17언더파)에 올랐다.

KPGA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 #체조스타 여홍철·김태훈 팀 우승 #개인 부문선 전가람, 16언더파 정상 #1년 1개월 만에 통산 2승 째

김태훈은 “내가 실수할 때마다 여홍철 선배가 이글을 해줘서 성적이 좋았다”고 했고, 여홍철 교수는 “프로 대회에서 라운드하면서 부담이 컸다.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성적이 좋아 기쁘다. 김태훈 선수는 특히 내 딸인 체조 선수 서정이와 같은 소속사여서 마음이 편했다. 딸 서정이는 어제 국가대표 선발전에 합격해 기쁨이 두 배”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또 “프로암 대회는 아마추어 골퍼에겐 꿈의 무대다. 1인 1 캐디여서 경기하기가 편하고, 코스 관리 상태도 완벽했다. 그린이 아주 빨라 마음에 든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나와서 무척 즐거웠는데 앞으로도 불러만 준다면 꼭 참가하겠다”고 덧붙였다.

팀 이벤트 우승자인 김태훈(왼쪽)과 여홍철. [KPGA/민수용]

팀 이벤트 우승자인 김태훈(왼쪽)과 여홍철. [KPGA/민수용]

김태훈은 체조 선수 출신인 여홍철 교수에게 운동선수의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했다. 김태훈은 “골프가 직업이다 보니 경기 중 플레이가 잘 안 풀리면 짜증이 나서 부정적인 말도 나온다. 오늘도 그랬는데 여홍철 선배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말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 마법을 거는 것과 같다. 부정적인 말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나도 김태훈 선수가 어려움을 겪는 홀에서 ‘잘 쳐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체조 선수들은 유연성이 좋은 편이다. 집중력도 뛰어나다. 여 교수는 “평소에 70대 타수를 쳤다. 그러다 사회인 야구를 하게 되면서 야구 스윙과 엉켜 샷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최근 몇 년 간 골프를 확 줄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새롭게 골프를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샘솟는다”고 했다.

수염을 기른 박찬호. [KPGA/민수용]

수염을 기른 박찬호. [KPGA/민수용]

김대현과 야구 스타 이승엽(43) 조는 똑같이 검정 모자를 쓰고 나왔다. 검정 바지에 빨간색 상의까지 맞춰 입었다. 두 선수는 대구에서 같은 헬스클럽에 다니며 오랫동안 친분을 다진 사이다. 이승엽이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 날 입고 나오는 옷 색깔로 맞춰 입자”고 제안을 했다.

개인 2위, 팀 3위를 기록한 김대현은 “위기 상황에서 승엽이 형의 조언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승엽은 “팀 이벤트 성적보다는 대현이의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라운드를 했다”고 말했다. 김대현은 개인 성적 16언더파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왼손 타자인 이승엽은 골프를 할 때 스윙은 왼손으로 하고 퍼트는 오른손으로 했다.

현역 시절엔 달랐다. 야구 스윙이 망가질까 봐 골프를 모두 오른손으로 했다. 은퇴 즈음 야구 스윙 걱정이 적어져 왼손으로 바꿨다. 그러나 퍼트는 아직 오른손용 퍼터를 쓴다. 이승엽은 "왼손보다 오른손으로 치는 것이 거리감이 좋아 퍼트만 오른손으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퍼트도 왼손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승엽은 "연습을 좀 더 해서 퍼트를 비롯한 모든 스윙을 왼손으로 해 보겠다"고 말했다.

파트너 박성국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 [KPGA/민수용]

파트너 박성국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선동열 전 야구 대표팀 감독. [KPGA/민수용]

김재일 프로와 함께 경기한 축구 스타 유상철은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유상철은 “구력 19년 만에 첫 홀인원”이라면서 기뻐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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