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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친문 김태년 완패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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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만큼이나 김태년 의원의 낙선이 주목을 받았던 여당 원내대표 경선이었다. 낙선한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친문 직계 의원이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선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류·당권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김 의원이 그제 원내대표 경선치고는 압도적 표 차이(76표 대 49표)로 이인영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것도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말이다.

신임 이인영 원내대표는 비문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민평련계 소속으로 친문계와는 거리를 유지해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니 여당 의원들이 친문·주류를 견제하고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이변이자 권력 내부의 미묘한 지형변화로 볼 수 있다. 여당 의원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명백하다.

일차적으로는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투표 직전 실시한 연설문을 보면 김태년 의원은 당·청의 지난 2년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요즘 만나는 분마다 다음 총선은 민주당이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면서 ‘위기’를 강조했다. 그런 뒤 “이대로 민생이 무너지면 내년 총선에서 상점과 식당을 들렀을 때 선거 캠페인이 가능할지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당선되면 무조건 민생경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모처럼 공개적으로 불거져 나온 여당 의원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었고, 여기에 다수 의원이 몰표로 호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변의 두 번째 이유로는 당 지도부에 대한 피로감을 들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줄곧 ‘20년 연속집권론’을 강조해 왔다. 얼마 전에는 ‘내년 총선 260석 확보’ 운운해 설화를 빚기도 했다. 도대체 260석이라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할 따름이다.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 내보냈을 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서 곡소리가 나올 게 뻔할 정도로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률을 책정했을 때 민주당은 무슨 역할을 했나.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는 안주해 있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런데 당 주류와 지도부는 여전히 당시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여당의 기본 역할은 물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맹종적인 거수기 역할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원내대표에게 투표했다는 어떤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이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신임 이 원내대표가 이런 내부 기류를 얼마나 당·청 관계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건 이런 투표결과를 받아놓고도 지난 2년과 차별화하지 못한다면 앞으론 ‘민주당정부’라는 말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