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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도발수위 높이는 김정은, 다음엔 위성 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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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9일 평북 구성에서 단거리미사일(당국 추정)을 쏜 건 18개월 동안 올인했던 대미 대화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위협이자 예고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활을 걸고 임했던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 말)이 결렬된 뒤 자신들의 입장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대 강’ 구도로 나가겠다는 시위일 가능성이다. 북한이 지난 4일 강원 원산에서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 발사체를 쏜 지 5일 만에 서쪽 끝으로 장소를 옮겨 쏜 것 역시 어디서든 발사 능력을 갖췄다는 과시로 풀이된다. 단, 북한이 화성 계열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을 통해 추가제재를 피해 가는 방식을 택한 건 미국의 추가 제재를 의식해 ‘레드라인’은 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레드라인 의식해 단거리 도발 #미국이 대북제재 풀지 않을 경우 #강대강 구도로 가겠다는 시위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독촉장”

북한의 이날 발사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관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동의의 뜻을 밝힌 지 12시간여 만이다. 식량 지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빨리 선택하라는 신호라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냐 대결이냐 모두 준비돼 있으니 양자 택일하라는 메시지”라며 “전략도발은 하지 않겠지만 방위 차원에서 신형무기 체계 실험은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보내는 독촉장”이라고 했다.

북한, 미사일 추정 발사체 또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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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난 4일 발사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국제적인 경계선을 넘은 적이 없다”거나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지난 5일 폭스뉴스 인터뷰 이후 북한이 사거리를 늘린 건 일종의 ‘살라미 위협’이라는 평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신형 무기를 동원해 진행한 시위에 대해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위협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일 북한이 쏜 발사체들은 70~240㎞의 사거리였지만, 이날은 북한 지역을 횡단해 동쪽으로 각각 270㎞, 420㎞ 떨어진 동해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은 이날 예고됐던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에 맞춰 단거리미사일을 쐈다. 미국은 이날 ICBM 발사훈련을 놓고 “매년 3~5차례 시험발사을 하며, 6개월 전 일정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일 발사훈련을 진행한 지 8일 만에 다시 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북한은 앞서 8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에 밝히는 형식으로 “대북 위협용으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을 발사한 데 대해서는 (한국이)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내면서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동족에게 그런 수작질인가”라고 미국의 ICBM을 거론했다. 그러곤 9일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의 9일 발사는 향후 미국과 한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수위를 더욱 올릴 것이라는 예고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우려해 도발이라고 하기 어정쩡한 수단들로 압박하는 분위기”라며 “다음엔 미국 등의 반응을 보아 가며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인공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1년까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수립해 놓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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