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펑펑…발동 걸린 박병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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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7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린 키움 박병호. [연합뉴스]

지난 7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린 키움 박병호. [연합뉴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박병호(33·키움 히어로즈)가 ‘국민 거포’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어느새 홈런 1위로 올라섰다.

홈런 9개로 SK 최정과 공동 선두 #4번 복귀하자 타율 2위·출루율 1위 #지난해 113경기 출전해 홈런 2위 #“더워지면 타격감 좋아지는 선수”

박병호는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5회 말 상대 투수 심수창의 공을 받아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9호. 이 홈런으로 박병호는 최정(32·SK 와이번스)과 함께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최근 페이스가 좋다. 8일 현재 박병호는 타율 0.371로 2위, 출루율 0.487, 장타율 0.661 등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2.8로 전체 1위다. 팀에 2.8승 정도를 안겨줬다는 뜻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 지난해는 미국에서 돌아와 맞이한 첫 시즌이었다. 그런데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왼쪽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전열에서 이탈했다가 돌아와 113경기만 뛰었다. 시즌 후반 몰아치면서 타율 0.345(4위)에 43홈런(2위)·112타점(8위)으로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상을 받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아쉬운 시즌으로 평가했다. 만약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면 산술적으로 55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다. 그랬다면 44홈런을 기록한 김재환(31·두산 베어스)을 제치고 홈런왕이 될 수 있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11월부터 개인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을 다지는 한편 타격자세도 미세하게 수정했다. 장정석 감독의 공격력 극대화 전략에 따라 시범경기에선 2번 또는 3번 타자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는 “4번 타순보다 타석에 설 기회가 많다. 재미있다”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지난 3월 23일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는 방망이가 주춤했다. 3월 8경기의 타율은 0.281에 그쳤다. 그의 장기인 장타도 터지지 않았다. 겨우 홈런 2개만 기록했다. 장 감독은 “박병호는 국내 최고의 타자다.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박병호도 주춤한 편이었다.

장 감독은 결국 3번에 배치하던 박병호를 지난달 25일 두산 베어스 경기부터 다시 4번 타자로 내보냈다. 장 감독은 “성적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타순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34경기 중 19차례나 3번 타자로 나왔지만, 타율 0.288(66타수 19안타)·2홈런·9타점에 그쳤다.

그런데 4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박병호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KIA 타이거스전부터 30일 SK 와이번스전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몰아치기 능력을 과시했다. 지난 7~8일 LG전에서도 2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렸다. 최근 7경기 타율이 0.444나 된다.

프로야구 홈런 순위 (8일 현재)

프로야구 홈런 순위 (8일 현재)

장 감독은 “박병호는 5월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라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으니 더 무섭게 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4월까지 4개의 홈런에 그쳤지만, 5월 5홈런을 시작으로 6월에 8홈런, 7월에 9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찬스에 강한 그는 타점 사냥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박병호는 올 시즌 초반 주로 3번에 나오면서 타점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8일 현재 29타점으로 7위다. 타점 1위는 39개를 기록하고 있는 팀 동료 장영석(29)이다. 박병호는 4번 타자를 맡은 뒤 12경기에서 17타점을 쓸어담았다. 경기당 1.4타점의 빠른 페이스다. 박병호는 “4번 타자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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