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니라 성분 보고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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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등 기능성 화장품이 늘어나면서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 업계는 브랜드보다 성분과 기술력을 강조하는 등 마케팅 태도를 바꾸고 있다. [카멜프레스=오재혁]

에스티로더는 지난주 '슬리머트리 비저블 컨투어링 컬렉션'을 출시했다. 얼굴이 슬림해지는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자체 개발한 '잇꽃' 성분이 함유됐기 때문이란다.

잇꽃은 인도.미국.멕시코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올리브유에 비해 포화지방이 적고 단가 불포화지방이 많다. 리놀레익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부에 탄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잇꽃에서 식물성 오일도 채취한다. 회사 측은 잇꽃 성분이 피부에 시너지 작용을 하므로, 피부가 운동한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력으로 인해 쳐진 피부에 탄력을 줘 얼굴이 날씬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잇꽃 성분이 이 화장품 기능의 핵심이란 얘기다. 에스티로더는 잇꽃 성분의 효능을 소비자들에 강조하기 위해 제품 용기에 잇꽃을 새겨넣었다. 광고나 매장 직원들을 통해서도 잇꽃의 기능성분에 대해 자세히 알리고 있다.

브랜드보다 함유된 성분을 알려라-. 화장품 메이커들이 마케팅 방향을 틀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마케팅의 포인트를 뒀다. 요즘 신상품 마케팅에서는 함유된 성분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겔랑은 지난 1월 노화방지 화장품 '임페리얼 오키드'를 출시했다. 난초 추출물이 들어있다. 겔랑은 7년간의 실험을 통해 난초에서 분자추출물을 개발, 이 화장품에 적용했다. 난(蘭) 전문연구가의 조언을 받아 난 뿌리의 여러 분자 특성을 결합했다.

난 추출물은 얼굴 주름을 개선하고 탄력을 주어 얼굴윤곽을 살아나게 한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겔랑은 이 화장품에 난 성분이 함유됐음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했다. 제품 프로모션을 할 때 행사장을 난으로 장식했다. '난으로 부케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광고의 이미지에도 난을 등장시켰다.

화장품 업계가 이처럼 다투어 성분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까다로워 졌기 때문이다. 요즘 여성들은 단순히 브랜드나 광고 이미지만 보고 기능성 화장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무슨 성분이 어떤 효과를 내는 지 훤히 꿰고 있다. 성분과 기능을 철저히 비교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택한다.

로레알파리 관계자는 "단순히 독자 개발한 성분이 함유됐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갸우뚱한다. 매장에서도 점원들이 권하는 화장품에 어떤 물질이 들었는지, 그 기능이 무엇인지 먼저 자세히 묻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설명서나 포장지에도 함유된 성분과 그 작용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아예 함유된 성분으로 브랜드를 정한 화장품도 있다. 로레알파리는 '콜라겐필러'를 올해 초 출시했다. 주름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콜라겐을 넣은 기능성 화장품이다. 이 화장품에 든 바이오스피어 콜라겐이라는 성분은 피부 조직보다 분자 크기가 작아 바르면 쉽게 피부 속에 흡수돼 주름개선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브랜드에는 '콜라겐을 채워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성분과 기능을 함께 브랜드에 표현한 셈이다.

디올은 스킨케어 성분을 함유한 립스틱 '어딕트 울트라 샤인2'를 여름 신상품으로 내놨다. 스콸렌, 카모마일, 레몬껍질에서 추출한 비타민P를 넣었다. 스콸렌은 올리브 오일 뿐 아니라 상어에서도 추출되는 성분으로 피부 내 피지와 거의 완벽한 친화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입술을 부드럽게 해준다고 디올 측은 소개한다. 이 립스틱은 이들 성분 영향으로 발색력.반짝임.입술보호의 3가지 기능이 2배로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립스틱은 매장에서 직접 발라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디올 매장 직원들은 립스틱의 부드러운 느낌이 이들 스킨케어 성분 때문임을 강조해 알려주고 있다.

헤라는 '셀루릭서' 라인의 스킨로션을 지난 2월 출시했다. 주성분은 아르간트리에서 추출한 오일성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헤라만의 차별화된 성분이고 그 성분의 기능상 장점을 집중 마케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간트리 추출 오일성분은 올리브 오일에 비해 피부보습효과는 10배, 비타민 E는 2배 더 함유됐다. 판매원은 이 성분이 피부 항산화작용을 하고 피부에 탄력과 유연함을 준다고 고객에게 집중 소개하고 있다.

샤넬의 '렉티피앙스 엥땅스 아이크림'은 피부단백질 보충 성분을 강화했다. 완두콩 씨앗 추출물과 리포펩타이드 결합 성분을 넣었다. 차이니스 홀스테일이라는 화석식물 성분이 함유됐다.

이 식물은 땅속에서 실리카(규산)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때문에 실리콘 함량이 높아 피부 재구성 기능을 한다고 회사 측은 소개한다. 샤넬은 광고나 홍보 매체를 통해 그 성분의 기능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랑콤은 지난 3일 중국약재 성분이 들어간 '포어 엑스퍼트'를 출시했다. 장미귀 약초, 생강뿌리, 계피껍질 등 중국약재 추출물과 타닌.특수오일 등이 함유됐다. 모공을 조여 주고 모공벽은 팽창시켜 모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랑콤은 그 이색 성분과 이를 배합하는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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